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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에서 피아노 연주회 여는 까닭은?

입력 : 2014-10-01 20:25:14 수정 : 2014-10-01 2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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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교사 국내 첫 피아노 들인 곳
달성군, 2014년 3번째 행사 열어
1900년 3월26일 경북 달성군(현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도착한 배에는 장정 20∼30명이 붙어야 겨우 옮길 수 있는 커다란 나무상자가 실려 있었다. 이 나무상자 앞쪽에는 검지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납작한 나뭇조각 수십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누르면 맑은 소리가 났다. 당시 조선인들은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통 안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 이 기이한 나무상자를 ‘귀신통’이라 불렀다. 

지난해 열린 피아노 100대 콘서트의 모습.
달성군청 제공
당시 달성군 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 귀신통은 다름 아닌 피아노다. 손태룡 음악문헌학회장이 2012년 발표한 논문 ‘한국의 피아노 유입과정 고찰’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피아노는 사문진나루터를 통해 들어왔다. 이 피아노는 미국 북장로교 해외선교사인 사이드보덤(R.H. Sidebotham, 한국명 사보담, 1874∼1908) 부부의 것이었다.

1899년 11월23일 대구지역으로 파견된 사보담은 미국에서 이삿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아내 에피(Effie Alden Bryce, 1876∼1942)의 선교 활동과 음악 교육 등을 위해 피아노를 들여왔다. 이 피아노는 나루터에서 약 16㎞ 떨어진 대구 중구 종로 사보담의 집까지 사흘에 걸쳐 옮겨졌다. 상여를 지듯 피아노를 나무 막대기에 줄로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운반됐으며 3일간 인부 70여명이 동원됐다. 이러한 내용은 선교사 사보담이 미국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졌으며, 학계에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국내 최초의 피아노 유입 시기로 보고 있다.

달성군은 국내 최초로 피아노가 유입된 사문진나루터를 알리고 올해 달성군 개청 100주년을 맞아 4일 사문진나루터에서 ‘피아노 100대 연주회’를 연다. 군은 2012년 피아노 99대 연주회로 시작했다가 지난해부터 100대 연주회로 교체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를 개최한다. 나루터 인근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피아노 100대가 올라가며 피아니스트 임동창씨와 함께 오디션으로 선발된 연주자들이 피아노 협연을 펼친다. 전야제가 열리는 3일에는 피아니스트 윤한씨가 피아노 독주를 선보이고 국악인 오정혜씨가 멋진 판소리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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