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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위기의 한국경제'] "통화·외환관리 '발등의 불'…양적완화 준비해야"

입력 : 2014-10-01 19:23:50 수정 : 2014-10-02 0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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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美 캘리포니아대 교수·최중경 前 지경부장관 대담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이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사이 중국과 인도 등이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글로벌경제의 부진과 엔저 기조와 위안화 절하 추세 등 대외부문에서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내수경기도 가라앉으며 디플레이션 공포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칫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터널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진다. 세계일보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와 이명박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미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의 대담을 통해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해 봤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오른쪽)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만나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한국의 대응방안 등을 얘기하고 있다.
박희준 워싱턴특파원
손성원 교수(이하 손 교수)=세계경제가 좋지 않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중에서 중국경제가 나은 편이다. 신흥국가는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을 많이 해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두 자리 숫자에서 7.5%로 줄었고 수입액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수입이 줄면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그것도 걱정이다. 미국이 이자율을 높이면 신흥국에 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 중국에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일본,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최중경 전 장관(이하 최 전 장관)=우리나라 관점에서 보면 유럽이나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신흥국가들이 수출시장인데 모두 안 좋다. 미국이 괜찮다지만 좋은 건 아니고 일본도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안 통해 거시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유럽도 상당히 어렵고 신흥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손 교수=어떻게 다뤄야 하나.
최 전 장관=환율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금리정책은 개방경제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 환율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과거보다 느슨해진 것 같다. 환율정책이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환율은 대기업에 이익을 많이 내느냐 적게 내느냐의 문제지만 중소기업에는 생존의 문제다. 실질적으로 경제가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고 소득이 올랐느냐가 관건인데 소득만 강조하다 보면 환율정책을 소홀히 할 수 있다. 김영삼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국민소득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했으면서도 다시 3만, 4만달러를 얘기하는 걸 보면 두렵다. 현재 정책에 참여하는 인재 풀이 거시정책에 경도된 분이 많고 산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기업 채산성 등 세부까지 강한 전문가가 배제되는 것 같다.

손 교수=옳은 지적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고용창출을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한다. 경제가 잘 되려면 중소기업이 잘 돼야 한다. 거시경제만 보면 대기업은 잘 되겠지만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낮다 보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침체기를 걱정하는데 지나친 걱정이 아니다. 이를 막으려면 단기적으로 통화·외환과 같은 수요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관리 정책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일본은 수요 측면을 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개혁과 같은 공급 측면을 손대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최경환 경제팀이 정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음이 통화정책인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으로 오던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금리가 0%인 미국에 비해 한국은 여유가 있다. 한국은행이 공세적으로 이자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세계적으로 문제가 아니다. 양적완화도 꼭 하라는 건 아니지만 배제할 필요 없이 준비는 해야 한다. 원화 값이 내려가면 재벌보다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 지금 원·달러가 아니라 원화가 엔화와 위안화에 비해 너무 강해서 문제다. 
최 전 장관=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 있다. 일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지경일 수 있다. 일본은 세계를 주도하는 기술이 많다. 우리가 자랑하는 제품의 핵심부품을 일본에 의존한다. 일본은 크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고 거의 0%에 있는데,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현상 유지는커녕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살 수밖에 없는 우리 것이 있다면 가격 조정으로 버틸 수 있다. 우리에게 과거 일본 같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과거 일본이 환율관리를 안 하고 엔고를 방치했는데 지금 경쟁국에 비해 원화 절상이 많이 됐고 위험수준이다. 
손 교수=구조조정이 중요하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돈을 뿌려 처음에 경제가 잘 되는 듯하고 인기도 올랐다. 하지만 돈만 찍어 잘 되면 누가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번째 화살이라고 해서 경제구조 개혁을 얘기했는데 정치적 문제로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줄이라고 독려하고 있는데 굉장히 잘한 것이고 더욱 밀어붙여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이제 생산성을 단지 한 시간에 몇 개 만드느냐가 아니라 고객 만족을 어떻게 할지로 봐야 한다. 소비자 아이디어를 제품 생산에 반영하는 ‘공동 창조’, 다른 나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국 시장에 적용하는 ‘역혁신’도 필요하다.

최 전 장관=우리 규제개혁 중 안 되는 게 교육, 의료, 관광이다. 정치권은 교육과 의료를 영리로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영리로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박탈되고 의료 단가, 교육 단가가 올라가 기회 균등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민 간 형평성 문제로만 보니 한 발짝도 논의가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 주장을 하면서 왜 외교아카데미나 법학대학원 설립을 가만두는지 모르겠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돈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해외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외교아카데미에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교육과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논리와 모순인데도 아무 문제제기가 없다.

손 교수=금융 부문도 추가하고 싶다. 앞으로 50년 후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하면서 정부가 창조경제를 얘기했는데, 금융을 보면 안타깝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가 서비스에서 나온다. 삼성과 같은 한국의 금융회사가 나와야 한다. 

최 전 장관=한국경제를 얘기할 때 대기업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광활한 국제시장에서 경쟁이라고 보면 덩치 큰 선수가 필요하다. 다만 대표 선수로 나가 경쟁하고 이익 내고 고용도 하는데 국민이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

손 교수=한국 대기업들이 잘해서 한국경제가 잘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향후 50년에도 대기업 체제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나라든지 인력이나 자본 등 자원이 한정돼 있다. 재벌 차원에서는 자원이 낭비되거나 그 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

최 전 장관=재벌의 소유와 경영 문제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문제다. 자본주의 역사가 몇백년인 서구사회와 이제 반세기 된 한국에 똑같은 경영 방식을 요구하는 건 어렵다. 세대를 거치면서 상속세를 내면 지분이 2분의 1로 계속 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손 교수=복지 문제를 언급한다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복지 예산이 아주 적다. 올려야 하는데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나는 두 군데에서 다 나와야 한다고 본다. 세금도 올려야 하고 재정적자도 줄여야 한다.

최 전 장관=복지국가로 가는 건 필연적인데 어떤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어느 속도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100% 무상보육을 보자. 여성 출산율을 높인다는 측면이 있는데 부자들은 무상보육 여부와 상관없다. 무차별적 보편적 기준에 의한 복지는 곤란하다. 국민복지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최종 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원칙으로, 어떤 시간표로 할지 합의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현 정부는 복지공약을 많이 했다. 재정 부담 얘기가 나오니까 증세 없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결국 기업활동만 위축시키고 세수만 줄었다. 이제 세수 결손이 예상되니 담뱃값 인상한다고 한다.

워싱턴=정리·사진 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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