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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슬로 시티’ 청산도에 내려앉은 가을

입력 : 2014-10-02 19:11:24 수정 : 2014-10-03 00: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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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편제’ 등 촬영지… 11개 코스 도보길 조성
해변 길엔 코스모스, 산등성이엔 억새 은빛 물결
범바위·청산진성 오르면 가슴 확 트이는 섬 풍경
산도 바다도 하늘도 푸른 섬, 청산도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해변을 따라 연분홍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산등성이에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계단식으로 포개진 다랑논도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청산도의 다랑논.
‘느린 섬’ 청산도는 흔히 봄의 섬으로 인식된다. 유채꽃 만개한 능선 뒤로 바다가 펼쳐지는 게 청산도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원래 우리나라의 섬이 가장 푸른 때는 이즈음이 아닐까 싶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바다와 산을 더욱 푸른빛으로 물들인다. 청산도는 원래 신선이 놀던 섬이라는 뜻의 ‘선산’ 혹은 ‘선원’이라고 불리다 ‘청산려수’라는 이름을 얻게 됐는데, 아마도 가을풍경을 뺀다면 이 같은 절찬을 얻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청산도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느리게 걷기’인데,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도 가을 아닌가.

청산도 최고의 명소인 영화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년)와 윤석호 감독의 드라마 ‘봄의 왈츠’(2006년)에 무대로 등장하며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9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단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섬 여행지로 부상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배 타는 시간까지 합쳐 6, 7시간이 걸리는 남해바다 외딴 곳에 떠 있어도 지금은 한 해 35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 아래로 펼쳐지는 당리마을 풍경.
걷기 열풍 속에 청산도는 도보길로도 각광을 받는다. 청산도 주민들이 평소에 이용하던 길을 ‘슬로길’이라고 명명했고, 이는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세계 슬로길 제1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슬로길은 11개 코스에 걸쳐 42.195㎞가 조성돼 있다. 슬로길은 완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도착하는 도청항에서 시작한다. 도청항에서 1코스가 시작되고, 11코스가 끝난다. 1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가 포함돼 있다. 1코스는 해안 절벽을 잇는 화랑포로 이어져 다양한 풍광을 제공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구들장논.
청산도의 여러 문화유산, 볼거리와 연결되는 슬로길은 그 자체로 여행 동선이 된다. 그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게 6코스에 포함된 구들장논이다. 올 4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주관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구들장논은 마치 한옥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돌로 구들을 만든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논을 만든 것을 말한다. 

청산도의 논은 대부분 산비탈에 층층이 조성한 다랑논인데, 구들장논은 훨씬 더 공들여 지혜롭게 만든 다랑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2코스에서 만나는 ‘초분(草墳)’도 청산도를 대표하는 독특한 삶의 문화다. 초분은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짚을 묶은 이엉으로 덮었다가 2∼3년 뒤 뼈만 추려 땅에 묻는 이중 장례 풍속이다. 

청진산성에 오르면 청산도 서남쪽 해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 서남해안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청산도에는 1866년(고종 3년) 청산진성이 축조된다. 1코스와 연결되는 3코스에 자리한 청산진성에 오르면 사방으로 파노라마 같은 섬 풍경이 펼쳐진다. 청산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섬 남쪽인 5코스에 포함된 범바위다. 

청산도 최고의 전망포인트인 범바위.
바로 아래까지 차도가 연결돼 있지만, 말탄바위를 거쳐 걸어도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조심조심 범바위에 오르면 절벽 아래로 아찔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거문도, 제주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범바위 아래 보적산 중턱에 펼쳐진 청산도 전경.
예전 청산도는 삼치, 고등어 파시로 유명했다. 도청항 옆으로 11코스에 포함된 파시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는데, 좁은 골목길 걷기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삼치 어획량이 급감하며 파시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골목길의 삼치·고등어 벽화는 옛 영화를 추억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파시문화 거리.
신흥리 풀등해변의 파도가 다랑논과 닮은 문양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어로방식인 휘리도 ‘느림의 미학’을 구현하는 근사한 체험이다. 휘리는 얕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후릿그물을 친 후 해안에서 그물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방식을 일컫는데, 신흥리 풀등해변이 최적지다. 풀등해변은 썰물 때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2㎞나 이어진다. 이곳의 파도가 만들어내는 다랑논 모양의 물결도 여행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청산도(완도)=글·사진 박창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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