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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中 진르미술관 귀빈으로 초대받은 배우 장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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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6 19:55:49 수정 : 2014-10-07 08: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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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면서도 서서히 드러나는 듯… 초상화 속 내 모습보며 평온해져” 바쁘게 활동 중인 연예인을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스타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촬영 스케줄에 쫓기다 보면 인터뷰 시간을 따로 여유롭게 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종종 이동하는 차량에서 만남을 갖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기자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인 장서희를 지난주 말 여의도에서 만났다. 지적인 연기자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 일일 드라마 ‘뻐꾸기 둥지’에서 주연으로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대리모가 되어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한 여인과 자신의 인생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또 한 여인의 갈등을 그린 처절하고 애절한 복수극으로 종반전으로 갈수록 열기가 뜨겁다. 막바지 촬영에 몰입하고 있는 장서희도 극중 인물 백연희에 흠뻑 빠져 있었다. 촬영 막간의 시간에 촬영장 인근의 커피숍에서 그와 마주했지만 열연의 흐름을 깨버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림을 통해 서로 알게 된 배우출신 화가 김현정도 자리를 함께 했다.

“지인을 통해 김현정씨를 알게 됐고, 작품 도록을 보자마자 느낌이 바로 왔어요.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림이에요.”

그는 같은 연기자로서 겪었을 아픔과 고민에 우선 공감했다. 이젠 화가로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용기 있는 모습에 손뼉을 쳐주고 싶다. 만날수록 꾸밈 없고 순수한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김현정 작가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상화는 오는 11월8일부터 중국 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예술가 3인전 ‘하나에서 셋으로’(一分爲三)에 출품된다. 중국 주류 미술계가 기획하고 세계일보가 주최하는 전시로 백남준, 이왈종, 김현정 작가가 초대됐다. 진르미술관은 이 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중국의 대표적 미술관이다.

“초상화를 실물로 접했을 때 제 얼굴이 따듯하게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에 마음마저 평온해졌어요. 그런 능력을 가진 김현정씨가 부러웠지요. 수묵화와 공필화 기법을 하나로 수렴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른바 요즘 중국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신 공필화’라고 하네요.” 한지에 먹으로 형태를 잡고 그 위에 비단을 올려 그림을 그린다. 수묵과 공필화가 한 화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김현정 작가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있는 장서희. 수없는 조연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선 그는 “삶이란 내려 올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음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그것이 삶을 진정하게 만들어주는 영양소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초상화가 전시에 내걸리게 되면서 개막식에 귀빈으로 참석하게 된다. 진르미술관 측에서 그를 특별히 초청한 것이다. 레드카펫까지 스페셜로 깔린다고 한다. 중국에서 그는 국빈대우 연예인으로 한류스타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에 들렀을 때 택시기사가 손을 치켜들며 장서희의 연기를 극찬하는 모습을 접할 수가 있었다.

장서희의 중국과의 인연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한·중수교 전 그는 한·중합작 영화 ‘야망의 대륙’에 출연했다. 베이징과 직항로가 없어 마카오를 통해 중국에 들어가던 시절이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는데 현지 운전기사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버스를 새로 수배해 촬영지인 중국 동복지방에 위치한 장춘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요. 장장 30시간을 꼬박 가야하는 코스였어요. 중간에 휴게소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라 지나는 동네의 호숫가에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는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에 질렸다. 중국이 넓기도 넓다는 것도 실감했다. 왜 내가 여기에 왔나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다신 중국에 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중국이 그를 다시 불렀다. 드라마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 등이 중국의 T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에게 러브콜이 쇄도했다. 어쩔 수 없이 국내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대륙으로 들어갔다. 베이징 BTV의 ‘림사부재수이’, 후난위성TV의 ‘수당영웅’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한류 열풍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도 시청률 보증수표로 인정받던 장서희의 중국행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건 ‘뻐꾸기 둥지’로 4년 만에 한국에 복귀한 셈이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에 안주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또 다른 보폭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다. 중국과 새로운 영화에 대해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제작에서도 느림과 빠름의 조화가 명콤비를 이루지요. 초기엔 그 다름이 장애였지만 지금은 달라요. 중국의 안정적인 사전제작 시스템과, 시청자의 반응까지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한국의 제작시스템이 조화를 이룰 땐 영상물의 파워로 나타날 겁니다.”

그는 할리우드만 부러워할 게 아니라 급부상한 중국과 협력한다면 세계 영상콘텐츠를 주도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술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김현정 작가의 중국 진출을 매우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1세 아역배우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요즘 부쩍 다름 사람들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졌다. 함께 하는 삶, 교류하는 삶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가슴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란 것에 대한 ‘사회적 보답’이자 진정한 삶의 가치의 깨달음일 게다. 김현정 작가와의 만남도 그런 삶의 태도에서 인연이 됐다. 두 사람은 초상화가 판매된다면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동참하면서 함께 하는 삶을 배웠지요. 어머니가 제게 물려주신 가장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있다. 일찍부터 연기에 입문했지만 어머니는 또래가 경험하고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기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소풍과 수학여행은 반드시 가게 했다. 학창시절의 추억은 삶을 살아가는 데 건강한 영양소란 확신에서다. 이를 위해 초중고 시절엔 아예 상급학년에 올라가면 연기를 중단케 했다. 어른들 틈에서 애늙은이가 되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획사에서 키워져 기교만 뛰어난 후배들을 보면 걱정이 돼요. 극중의 아역배우 어머니에게도 종종 조언을 자연스럽게 하지요. 기교를 익히는 것보다 나이에 맞는 삶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란 결국 삶의 이야기이니까요.”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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