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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해 ‘3개의 눈’ 달린 옛 원주민 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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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9 21:49:28 수정 : 2014-12-22 17: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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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34〉 산토도밍고 동굴호수
도미니카공화국 남쪽에 위치한 산토도밍고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향하는 루트를 생각하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푼타카나는 동쪽에 위치한 곳이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북쪽까지 가야 하지만, 다시 산토도밍고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수도인 산토도밍고가 교통편이 많아 이동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작아 굳이 한번에 다 돌면서 여행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토도밍고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내렸다. 버스회사가 있는 곳까지 가서 하차했는데, 그 이유는 그곳이 내가 아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몰려드는 택시 호객꾼들은 나에게 미국 달러로 요금을 제시했다. 내가 푼타카나에서 온 버스에서 내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에 한번 이용했던 택시기사의 명함을 갖고 있던 게 생각나서 전화를 해보니, 오겠다고 했다. 아는 택시기사를 만나고, 아는 길을 가고, 내가 머물던 동네로 가서 아는 이웃을 만났다. 산토도밍고에 오니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산토도밍고 주변에 가볼 만한 곳으로는 동굴호수와 등대가 있다. 산토도밍고 주에 속한 ‘동쪽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Este)에 있다. 동굴 안에 있는 호수는 ‘세 개의 눈(Los Tres Ojos)’이라고 불린다. 하늘 위에서 보면 3개의 구멍이 마치 눈 3개가 달린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동굴이었던 이곳은 천장이 무너지며 하늘로 향하는 구멍 세 개가 생겼단다. 1916년에 미국 사람에 의해서 발견됐고, 그때까지 원주민인 타이노족이 살고 있었다. 동굴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궁금해서 가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과과(미니버스)를 타고 동굴 입구에서 내렸다. 국립공원이어서 입장료를 받지만 저렴했고, 그 정도 요금은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처음 만나는 호수와 그 위로 열려 있는 하늘이 인상적이다. 맑은 호숫물은 신기하게도 옥빛을 띠고 있었고, 그 안에 물고기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곳곳에 있는 가이드가 말해주길, 바다와 연결된 물이어서 물고기들이 살고 있고, 담수가 아니라 소금물이라고 했다. 하늘의 햇빛을 받아 더 반짝이는 호수가 신비롭게 느껴지고, 그 빛들이 바위를 비춰 바위도 갖가지 빛을 지니고 있었다. 오묘한 빛들이 바람을 타고 움직이니 무지갯빛이 더 짙어져 갔다.

동굴천장이 무너져 내려서 생겨 난 ‘세개의 눈’ 중 하나.
호수들은 작은 표지판에 적혀 있는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유황물, 부인, 냉장고, 비오리. 이렇게 네 개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부인 호수(Las Damas)는 손을 담가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이름과 연관되어 있다. 부인이 이 호수에 손을 담그면, 쌍둥이를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 호수에는 작은 물고기들과 새우까지 살고 있었다.

그다음에 만나게 되는 호수의 특징도 이름에서 알 수 있다. 냉장고에 들어간 것처럼 차가운 공기가 맴돈다. 냉장고 호수(La Nevera)는 작은 배를 타고 또 다른 호수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다. 햇빛을 받은 적이 없는 호수라서 온도가 항상 15도에서 21도 사이라고 한다. 다른 호수는 동굴 안에 있지만, 강한 햇빛 때문에 시원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나무배를 타고 마지막으로 향했다.

3개의 눈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크게 열려 있는 하늘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나무넝쿨이 장식해 주며, 가장 큰 호수에는 물고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곳에 있던 가이드가 준 과자부스러기를 호수에 던지니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물 위로 뛰어오를 기세로 몰려드는 모습이 무섭다. 하지만 그 호수는 초록빛으로 가득 차 있고, 그 푸름이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3개의 눈이란 말은 어쩌면 우리가 갖고 있는 두 눈 말고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현지인들이 나무에 걸어 놓은 한 끼 식사.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식당이 없다고 했다. 음료수만 파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이제는 도마뱀이 대수롭지 않게 보여야 하는데, 아직도 도마뱀이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도 가끔 도마뱀이 들어오곤 했고,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도마뱀은 있었다. 이곳에는 더 예쁜 색깔의 도마뱀이 있어 눈길이 갔다. 내가 식사를 하는 내내 도마뱀들은 친구가 되어 줬다.

다음 행선지는 불이 켜지지 않는 등대로, 현재는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콜럼버스등대라고도 불리는 ‘파로아 콜론(Faro a Colon)’이다. 콜럼버스의 자취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갖추고 있었고, 세계관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도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콜럼버스의 시신을 놓고 스페인과 도미니카공화국은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각각의 나라에는 시신과 관련된 장소가 따로 있다. 말년에 그 누구로부터 환대를 받지 못한 콜럼버스의 사인을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처음엔 쿠바에 안치되어 있던 것을 나중에 스페인에서 가져갔다고 한다. 그럼 왜 도미니카공화국에 관이 있을까. 이곳 사람들 말로는 콜럼버스가 가장 사랑했던 곳이 이스파뇰라 섬이었단다. 

‘콜럼버스 등대’라고 불리는 전시관.
등대는 지금은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예전에 불을 켰을 당시에는 하늘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을 이뤘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정전이 되는 이곳의 전력사정을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전기도 부족하지만, 운영비가 없어 불을 켜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잠시 꺼졌던 프랑스 에펠탑이 생각났다.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낼 테니 에펠탑의 불을 켜 달라고 한 이야기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언젠가는 이 등대에 다시 불을 밝힐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바란다.

전시관을 나와 잔디밭에 앉아 거대한 회색 건물인 등대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일하는 몇몇 사람이 그늘에 와서 쉬고 있었다. 사실 일을 하는지, 빈둥거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원의 나무에 식사를 담은 봉투를 걸어 놓고, 그들은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나도 쉬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하루의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또다시 어딘가를 향해 떠나갔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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