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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와” … ‘코눅세베르’ 문화 미풍양속

입력 : 2014-10-09 21:05:46 수정 : 2014-10-10 13: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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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의 터키 견문록] ①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호의적… 집 초대 기본
가정엔 손님맞이방 ‘살론’ 기본적으로 갖춰
인심 후한 그들의 문화 의심 말고 즐기길…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오늘 처음 만난 사람, 그것도 외국인한테 이렇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나라가 바로 터키다. 처음에는 이곳 문화에 익숙지 않아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그들을 의심했다.

교환학기 시작 전에 빌켄트 대학교 기숙사에 짐을 맡긴 후 유럽여행을 떠나려고 미리 앙카라에 왔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앙카라 최고의 번화가인 크즐라이까지 왔다.

여기서 최종 목적지인 빌켄트 대학교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는 중에 콘야 대학에 다닌다는 메흐메트가 먼저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30㎏에 육박하는 큰 가방을 끌어주며 터키어를 못하는 나 대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한여름 땡볕에 그 큰 가방을 질질 끌며 40분가량 거리를 헤맸으니 정류장에 도착했을 땐 둘 다 땀을 비 오듯 쏟고 있었다. 그러나 메흐메트는 웃음을 잃지 않고 내가 버스를 탈 때까지 30분을 더 옆에 있다가 길을 떠났다.

이런 기억을 까맣게 잊고 유럽여행을 하던 중에 메흐메트가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콘야에 있는 우리 집에 놀러와. 우리 가족도 너를 보고 싶어해.”

내용을 보고 좀 이상했다. “메흐메트와는 잠깐 만났을 뿐인데 왜 그 애 가족이 나를 보고 싶다고 하는 걸까? 메흐메트가 잠깐 사이에 나를 좋아하게 된 걸까?”

도와준 일은 천번 만번 고맙지만 어쨌든 초대는 내키지 않았다. 나의 계속되는 거절에 메흐메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나야말로 메흐메트와 그 가족을 이해할 수 없었다.

터키어에 ‘코눅세베르’ ‘미사피르페르베르’라는 말이 있다. 두 단어 모두 ‘손님 환대’라는 뜻이다. 터키 사람들은 인심 좋게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빌켄트 대학교에서의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터키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라고 묻자 터키 학생들로부터 첫 번째로 나온 대답이 ‘코눅세베르’일 정도였다.

터키 집들에는 ‘살론(Salon)’이라는 손님맞이방이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다. 살론에 들어가면 섬김의 의미로 손님의 손을 화장수로 적셔준 뒤 단 음식을 대접한다. 이때 많이 쓰이는 음식이 일명 터키시 딜라이트로 불리는 ‘로쿰’이다.

터키에 있는 한 달 동안 한국인 손님으로 정말 과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았다. 그냥 가게에 구경하러 들어갔을 뿐인데 주인이 손에 화장수와 로쿰을 올려준다. 견과류를 파는 가게 앞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주인 아주머니가 먹어보라고 한 움큼 쥐여준다.

트램(노면전차)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지금 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가는 길인데 와서 차나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라신다. 학교에서 만나는 터키 친구들도 나를 한 번만 만나고도 정겹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오고 친구들과의 외출에 초대한다.

행인들도 내가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다가와 도움을 주려고 한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손짓, 발짓, 안 되면 인터넷으로 번역기까지 써가며 길을 알려준다. 이쯤 되면 집에 온 손님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코눅세베르’를 넘어 ‘인심’에 버금가는 미풍양속이 터키에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 지난여름 2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는 외즈게를 만났다. 그는 김치와 대구시,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좋아한다는 예쁜 터키 아가씨다. 여행이 어땠느냐고 묻자 한국 사람들이 불친절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 간 첫날 서울역에서 영어 또는 한국어로 아무리 길을 물어봐도 다들 무시하고 지나쳐 버려 1시간 동안 헤매다가 결국 울었다”고 얼굴을 찡그린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사람 간의 신뢰가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코눅세베르’라는 말처럼 인심이 후하고 사람 냄새가 살아있는 터키는 너무 아름답다. 행여 터키에 가면 그곳 사람들의 인사나 호의에 겁먹지 말고 맘껏 받아들이며 감사하기를 바란다.

앙카라=김슬기라 리포터 giraspirit@segye.com

◆ 김슬기라 리포터는…? 

고려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터키 빌켄트대 교환학생으로 뽑혀 지난 9월부터 현지 수업을 받고 있다. 개강 전에는 한 달간 독일·체코 등 유럽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다시 교환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터키에서 공부하며 느꼈던 이곳 생활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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