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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달 난 '늑대' 사단장, 결딴 난 軍

입력 : 2014-10-12 11:29:48 수정 : 2014-10-12 18: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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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군 또 성추행한 17사단 '늑대 사단장' 사건
성군기 '원 아웃 제도' 도입한다지만 軍성범죄는 매년 증가
수도권 지역의 육군 17사단 송 아무개 사단장이 요즘 '대세'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사단장이라서 그렇지요. 성추행을 당한 부하 여군(부사관)을 상담해 주겠다며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두 달여 동안 다섯 차례나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고 합니다. 별(★)의 별 일을 다 보게 되네요.

사단장이면 별이 두 개인 소장인데요. 말단 직업군인인 부사관(하사)을 상대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벌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겁니다. 송 사단장은 성추행 혐의로 10일 밤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창군 이래 이런 일로 사단장이 날아간 것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군대에서 성(性)군기 위반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사달이 난 겁니다. 이래저래 군으로서는 염치가 없게 됐습니다.

실제로 군대 내에서 여군을 상대로 한 성폭행, 성추행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성추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군도 있었죠. 이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습니다. 송 사단장과 연결돼 있거든요.

각설하고, 결국 지난 6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성군기 위반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을 정도였죠. 그런데 '투 스타'가 장관의 엄포를 비웃기라도 하듯 성추행을 한 겁니다.

더군다나 송 사단장은 이번 주에 육군본부 정보작전부장으로 영전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국방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 하겠죠.

어찌되었든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발 이 일로 일선 부대에서 여군을 상대로 한 범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장병들 간의 가혹행위도 사라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가해자 송 사단장은 육사 40기입니다. 따져보면 나이가 대략 50대 초중반 가량 됐을 겁니다. 여군의 신상정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추는 해 볼 수 있죠. 부사관(하사) 임용 가능 나이가 최고 27세이니까요. 여성이고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임관했다면 대략 20대 중후반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송 사단장이 20대 후반에 결혼을 했다면 큰 딸 정도의 나이인 겁니다.

딸 같은 어린 부사관을 상대로, 그것도 같은 사단의 다른 부대에서 한 차례 성추행을 당해 사단본부 인사처로 발령 난 여군을 상대로 사단장 이라는 사람이 마각을 드러낸 겁니다. 아마도 사단장은 "딸 같은 여군이 상처를 입어 상담을 하면서 위로해 주려고 그랬다"고 발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국방부는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국정감사까지 겹치면서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크게 뒤집어졌습니다. 지난 6월 임 병장 GOP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로 목숨을 잃은 윤 일병 이후 세 번째입니다.

10일 국회 법사위의 군사법원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져 한민구 장관은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죄를 해야 했죠. 이른바 무관용 원칙으로 성군기 위반자에 대한 '원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이죠. 국방장관의 엄포가 현재로선 그다지 먹혀들어갈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여군에 대한 군의 인식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노리개쯤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한민구 장관이 원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는데, 잘 될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입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여군(여 군무원 포함) 상대 성군기 위반 징계자 현황'을 보면 2010년 대비 2013년 발생건수가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에는 여군 성군기 피해가 13건이었고 갈수록 늘어나더군요. 2011년 29건, 2012년 48건, 2013년에는 59건으로 증가했죠. 올해도 8월 말 현재 34건에 달합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것만 모아도 무려 183건이나 됩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간부들입니다. 중대장(대위) 이상이 36.8%(59건), 상사 이하 초급간부가 41.2%(66명)에 달했습니다.

반대로 피해 여군은 이번처럼 하사가 59.5%(109건)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소위와 중위는 각각 7명과 12명이었고 대위가 20명이었죠. 위관급 장교가 차지하는 비중도 21.3%나 됩니다. 이쯤 되면 가해자들은 하사에서부터 위관급 장교까지 가리지 않고 성추행을 일삼은 겁니다.

성군기 위반자들의 징계를 보면 더 참담합니다. 최근 5년간을 기준으로 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감봉(52명), 견책(35명), 근신(24명), 유예(12등) 등 경징계 처벌이 전체 160명 중에서 123명으로 76.8%에 달합니다.

반면 정직(30명), 해임(5명), 파면(2명) 등 중징계는 37명으로 23.2%에 그쳤습니다. 나쁜 짓을 해도 별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솜방망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습니다. 매해 성군기 위반이 줄지 않고 늘어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 17사단이 앞서 언급한 자살한 여군과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0년 심모 여군 중위를 끊임없이 성추행하고 성희롱해 결국 자살하게 만든 육군 이모 중령(당시 소령)이 17사단 군사법원 재판장을 맡아 성범죄자를 심판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처럼 황당한 인사를 한 것이 바로 이 사건의 가해자인 송 사단장입니다.

이같은 내용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10일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폭로했죠. 이 중령은 올해 1월 17사단 보통군사법원 심판관(재판장)으로 임명돼 10명의 피의자를 재판했습니다. 이 중 3명은 성범죄자였지요. 성범죄자에게 성범죄자를 처벌하라고 시킨 겁니다. 이쯤 되면 막나간 겁니다.

이 중령은 심 중위 사건 당시 내부고발에 의해 27사단 감찰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성추행 등 가혹행위로 형사 입건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감찰부는 이 중령에 대해 '심 중위를 비롯한 여군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징계 회부를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27사단장은 사안이 경미하다며 구두경고에 그쳤습니다. 그 사이 이 소령은 중령으로 승진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령은 올해 5월28일에 또 사고를 칩니다. 17사단 소속의 다른 여군이 이 중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겁니다. 홍 의원은 이 중령이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죠.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을 기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결국 이 중령은 올해 6월 보직 해임됐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성범죄 경력자를 재판관에 임명한 미래의 성범죄자. 공포 스릴러 영화처럼 등골이 오싹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군사법체계상 심판관 선정 기준이나 임명 절차가 원칙도 없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단장 맘대로 라는 겁니다. 이것도 뜯어고쳐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사고를 친 송 사단장이 해당 지역에서는 물론 군 내부에서도 '얼짱', '미남' 사단장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제가 기사 검색을 해 보니 실제로 미남이더군요. 미남 사단장이라는 내용의 기사도 눈에 띄더군요. 육사 동기생 중에서 가장 잘나가던 인물이 한 순간에 성추행범으로 전락한 겁니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도 이 말을 했습니다. '아들 잘 키워서 군대 보냈더니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딸 잘 키워서 군대 보냈더니 성폭행 당한다'는, 군을 향한 씁쓸한 비아냥거림입니다. 얼마 전에는 '못 참으면 임 병장, 참으면 윤 일병'이라는 말도 있었죠. 오죽하면 이런 말들이 돌고 있을까요. 나라 지키라고 곱게 키워 보낸 아들딸들이 주검이 되고 성폭행 피해자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피해자들의 부모가 흘리는 피눈물이 군은 아직도 무섭지 않은 걸까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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