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표현 자유" vs "주민 보호"…정부 '삐라 딜레마'

입력 : 2014-10-12 18:31:08 수정 : 2014-10-13 01:33: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 총격 사흘째 공식 입장표명 없어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일명 ‘삐라’) 살포를 겨냥해 ‘총격’이라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자 이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거세다. 민주주의 체제의 중요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북한의 위협에 따른 접경지역 주민들의 신변 위협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때문이다. 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민간단체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려 ‘남남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정부가 이번 북측의 도발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대북전단 대처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 10일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직후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은 체제 비방과 더불어 이른바 ‘최고존엄’ 모독에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2012년 10월 북한군 서부전선사령부는 ‘공개통고장’을 통해 ‘삐라 살포 지점은 도발 원점’이며 ‘물리적 타격 목표’라고 위협을 가한 데 이어 남북 실무접촉 때마다 트집을 잡았다. 지난달 13일과 15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직접 보낼 정도였다. 과거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하면서 반발 수위가 훨씬 더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대북전단이 북한 내부 동요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 전단 풍선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탈북민 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전단 살포 자체를 남북관계 협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군 동향을 감지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서면 더러 경찰력을 동원, 전단 살포를 차단해왔다. 정부로서도 남북관계 악화와 접경지역 주민 안전 문제가 걸렸지만 그렇다고 대북전단 살포에 매번 제한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 4일 북한 고위 인사들의 방남 이후 해빙무드를 맞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악재로 작용하다 보니 전단 살포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직접적 대응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방부,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청와대는 이번 사건 이후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대북전단 자체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대북 심리전의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의 빌미를 제공해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차제에 적절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대북전단 살포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 수행과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해진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 방치할 것이 아니라 휴전선 인근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 문제로 인해 남북 당국 간 대화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4.5mm 고사총(자료사진)
여야는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군 발포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민간단체에서 행한 일로 정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민간단체의 행위를 정부가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날 김무성 대표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촉구한 것에 대해선 “당의 공식입장이 아닌 사견”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관계 긴장 요인을 적극 관리하라”고 촉구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상호 불신을 초래하는 군사적 도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민서·이도형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