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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오의디지털세상] 세종대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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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3 20:57:02 수정 : 2014-10-13 2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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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정보를 아는 사람은 권력과 부를 가질 수 있었으며 글을 아는 것은 정보를 취득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일반 백성은 글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백성을 불쌍하게 생각한 세종대왕은 1446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했으나 초기에는 한문을 고수하는 사대부들에게 경시됐다. 일부 양반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명맥이 이어지다가 1894년 갑오개혁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글자가 됐고 1910년 한글학자 주시경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이렇게 글자를 만든 과정이나 시기, 참여한 사람이 명확히 나타나는 글자는 드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대지’의 작가 펄 벅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자 훌륭한 글자’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게리 레드야드 교수는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이자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언어’라 이야기했다. 이처럼 우리가 쓰고 있는 말 한글은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문자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글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세계 최고의 문자를 천대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주위에 있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대화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그들의 대화 중 욕설이 섞이지 않은 문장이 없을 정도로 거친 단어를 아무런 의식이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앳되고 착한 얼굴의 여학생의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의 생식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추임새처럼 자주 사용된다. ‘멋있어’라고 하면 될 것을 ‘×나 멋있어’라고 표현한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말을 해야 그야말로 멋있어 보이나 보다.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화를 직역해 외국인이 듣는다면 얼마나 낯이 뜨거울 것인가.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채팅 프로그램에서의 대화를 보면 한글 파괴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휴대전화로 채팅을 하게 되면 자판을 치는 속도가 컴퓨터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축약된 형태의 신조어를 사용해 채팅 속도를 빠르게 한다. 여기에 오락적 동기와 규범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심리적 동기가 작용해 채팅 언어는 새로운 모양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한글맞춤법에 맞지 않는 채팅 언어를 어린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다 보면 무엇이 맞는 것이고 무엇이 틀린 것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된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질서의식이나 문화의식이 급속도로 좋아졌다. 지금 청소년들은 언어 사용에서 문화적 수준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많은 비속어의 사용과 채팅 언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예의 바른 말의 사용이 줄어들고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현실세계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들 집단 안에서는 이것이 그들의 공동체의식을 공고히 하고 다른 세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방편인지 모르나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한글 사용이 변질돼 가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가지고 학생들이 올바른 말과 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도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한글을 보면서 눈물 흘릴 수도 있는 세종대왕을 위로해 드리자.

이경오 선문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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