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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아시아인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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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4 20:17:54 수정 : 2014-10-14 21: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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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18일 개막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준비 박차 김성일 조직위원장
"장애인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 불가능은 없습니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6일간의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났지만 18일 인천에서는 2014 장애인아시안게임의 성화가 또다시 타오른다. ‘열정의 물결, 이제 시작이다!’라는 슬로건으로 24일까지 일주일간 아시아를 감동으로 물들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는 41개국 6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한다. 국제대회는 보통 대회 5∼6년 전에 조직위원회가 결성돼 준비한다. 하지만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2012년 10월 구성돼 준비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성일(66) 조직위원장을 최근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군참모총장 출신으로 지난해 첫 비장애인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선임된 김 위원장과 장애인체육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각오는.


“역대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성공적인 준비에 여념이 없다. 또 이번 대회 개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과 화합을 위한 스포츠 제전으로 한국의 장애인 체육 및 복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회 슬로건이 ‘열정의 물결, 이제 시작이다!’인데 의미하는 바는.

“인천 앞바다의 파도처럼 거센 아시아 장애인 선수들의 에너지, 인간에 대한 열정적 사랑을 압축한 말이다. 대회 비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 아시아다. 슬로건대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 비장애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회를 준비하면서 주안점을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면서 가슴뛰게 하자’는 데 뒀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여준다기보다 와서 경기를 보게 되면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베이징장애인올림픽 때 양팔과 다리가 모두 없는 수영 선수가 출전했다. 대체 어떻게 수영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허리의 힘만 이용해서 앞으로 나갔다. 물론 성적은 꼴찌였지만 그 선수가 터치패드를 찍을 때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영을 잘해서 이끌어낸 박수가 아니었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보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

―앞서 아시안게임에서는 허술한 준비와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아시안게임을 보고 우리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은 연예인이 주가 되는 무대 대신 비장애인과 장애인 출연진이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원봉사자 교육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마련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관중 없는 대회’가 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책은.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인성교육을 위해 가족 단위의 관람이 많이 이뤄지길 바란다. 개·폐회식 이외의 경기 관람은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으면 좋겠다. 교육감을 찾아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많이 했다. 관중 동원 목적만이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런던장애인올림픽에 갔을 때는 비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와서 일부러 관람하게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장애인 선수들의 ‘불편함’을 ‘불쌍함’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한 선수단이 처음으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데 의미가 있다면


“이번에 북한 선수단 33명이 출전한다. 그간 북한은 공식적으로 장애인이 없는 복지천국이라고 주장하며 장애인대회에 참가하지 않다가 런던장애인올림픽부터 처음 선수단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참가로 이념과 경계를 초월해 모두가 하나되는 대회 목표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비해 장애인아시안게임의 후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조직위로서는 많은 기업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주기를 바랐지만 장애인아시안게임의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후원을 꺼리는 상황이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경기 관람이 무료이기 때문에 자체 수익은 개·폐회식 입장권 판매와 각국 선수단 입촌비가 전부다. 준비할 시간도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단체 수장을 맡으면서 이질감을 느낀 적은 없었나

“실제로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단체장은 장애인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췄느냐지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를 두고 단체장 자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결국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노력하고 있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젠 내가 그만두려 해도 안 되겠다. 내가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보다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불편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도전적인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하지만 만약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으면 언제든 미련없이 떠나겠다.”

―장애인체육을 이끌어 오면서 느낀 장애인체육의 매력은.

“비장애인 체육경기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비장애인 경기에서 승리의 순간과 멋진 플레이를 보면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온다면 장애인 경기에서는 여기에 ‘눈물’이 보태진다.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보치아의 경우도 그랬다. 장애인 체육을 통틀어 가장 장애 정도가 무거운 선수들이 나서는 종목인데 거동이 불편한 선수들이 입으로 겨우 하는 것이 어떻게 저렇게 정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베이징장애인올림픽 보치아 결승에 국회의원들과 함께 응원 간 적이 있는데 같이 간 일행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한국 장애인체육이 처한 상황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예산이나 국민의 관심은 태부족하다.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생활체육도 전국에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이 부족해 생활체육 참여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장애인들은 거주지 인근에 체육시설이 없으면 스포츠를 접하기 힘들다. 장애인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절실하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장애인선수 대부분은 다른 직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다. 따라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실업팀이 많이 생기거나 아낌없이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장애인 선수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특히 장애인 경기연맹이 비장애인 경기연맹에 비해 턱없이 재정이 빈약하다. 비장애인 경기연맹은 자생력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장애인 경기연맹 회장은 다들 기피한다. 기업 홍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돈만 소요된다는 인식이 많다. 비장애인 선수들의 꿈인 태극마크를 장애인 선수들은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3개월간 합숙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수입이 없어지는 셈이다. 단순히 3개월이 끝이 아니다. 대부분 장애인 선수들은 단순노동을 하는 영세기업에서 일한다. 3개월 합숙으로 빠진다고 하면 영세기업은 그 선수를 위해 자리를 비워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회장인 내가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3개월 만 참아 달라는 부탁을 수차례 했다.”

대담=문준식 체육부장, 정리=이우중, 사진=김범준 기자

■ 김성일 회장은… 


▲1948년 경남 창원 출생 ▲공군사관학교 20기 ▲연세대 행정학 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제29대 공군참모총장(2005∼2007년) ▲대한장애인축구협회 회장(2007년) ▲2008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KPC) 부위원장(2010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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