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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 수묵채색화 새바람 분다

입력 : 2014-10-14 20:26:25 수정 : 2014-10-14 20: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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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중심의 사조 노쇠… 중국서 주도사조 형성 작업 활발
국내서도 ‘근대화선 4인전’등 구상·추상 넘다들며 변신
예로부터 주도하는 이념이나 사조가 없는 시대는 새로움이 움트는 시기이기도 했다. 오늘의 세계 미술계도 그렇다. 일부에서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이 시대를 변명해 보지만 구차하기 그지없다. 이는 서구 주도의 사조가 이미 노쇠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수묵채색화에 대한 법고창신 작업이 뜨겁다. 자신감을 갖고 주도 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움직임이다. 

소정의 ‘추경산수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사라졌던 수묵채색화 전시가 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수묵의 맛과 공필화의 정밀함이 어우러진 작업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소림과 심전을 잇는 소위 6대가로 일컬어지는 이당 김은호(1892∼1979), 소정 변관식(1899∼1976), 심향 박승무(1893∼1980), 의재 허백련(1891∼1977),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심산 노수현(1899∼1978) 등의 미학적 혁신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구 일변도의 새로운 것, 현대적인 것에 열광하면서 정작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 결여는 이런 노력들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법고창신이 절실한 한국미술계가 지금 그들의 몸짓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다.

노화랑에서 15∼31일 열리는 ‘근대의 화선 4인’전은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월전 장우성, 운보 김기창의 당대 한국화 모색의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청전은 전통 수묵채색화를 근대적인 양식으로 재창조해낸 인물이다. 매우 절제된 준법과 필묵을 통해 한국의 단아하지만 야일한 산하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청전은 전통적인 기법과 예도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화풍을 완성시켰다. 월전은 장식적이며 세밀한 채색화의 전통에 바탕을 둔 강한 채색으로 인물과 화조를 주로 그렸다. 이러한 채색화는 전통적으로 고구려 벽화와 고려불화 그리고 조선시대 궁중회화에 이어 근대기 일반 시민들의 집안을 장식했던 민화의 전통을 잇는 것이었다. 소정은 진한 농도로 덕지덕지 발라가는 ‘적묵법”을 사용해 거칠고 강한, 수직적이고 험준한 산세를 주로 그렸다. 직접 현장을 누비며 개발한 화법으로 ‘한국적 무릉도원’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보는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화단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안개를 매개로 이 시대의 관념산수를 모색하고 있는 임전의 ‘강무’(江霧)
21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운림산방 4대전’도 한국 수묵채색화의 유전인자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조선후기 남종화의 거두로 진도 운림산방에서 기거하며 창작활동을 펼쳤던 소치 허련(小癡 許鍊·1808∼1893)에서 시작해 2대인 미산 허형(米山 許灐·1861∼1938), 3대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과 임인 허림(林人 許林·1917∼1942), 4대 임전 허문(林田 許文·73·운림산방 명예관장)으로 이어지는 화맥을 확인할 수 있다. 안개 낀 산수로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임전의 회고전 ‘붓질오십년’을 겸해 열리는 전시다. 임전은 안개를 매개로 풍경 너머의 심상풍경, 관념산수에 몰입해 온 작가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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