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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매치·특이한 소재에 중점”

입력 : 2014-10-16 21:56:11 수정 : 2014-10-16 21: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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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쥬렉션’의 이주영씨
주섬주섬 두꺼운 옷을 꺼내게 되는 날씨지만 이번 주말 서울 동대문 지역은 때아닌 봄빛으로 물든다. 내년 봄·여름 옷차림을 미리 엿볼 수 있는 ‘2015 SS 서울패션위크’가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17일 개막해 6일간 축제가 펼쳐진다. 본 무대인 서울컬렉션 55회 등 모두 85회에 걸쳐 옷의 향연이 펼쳐진다. 쇼 준비에 여념이 없는 디자이너 두 팀을 미리 만났다. 레쥬렉션(RESURRECTION)의 이주영 디자이너, 제이쿠(J KOO)의 최진우·구연주 부부 디자이너에게 패션 디자인에 대해 들어봤다.

이주영 디자이너 앞에는 늘 수식어가 붙는다. 팝스타 메릴린 맨슨, 레이디 가가, 블랙 아이드 피스 의상 제작, 실험적·창의적인 작품, 디자이너 설윤형의 딸. 대충 보기만 해도 현란하다. 여기에 연예계 인맥, 방송활동까지 더해지면 어느덧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화려한 디자이너’라는 밑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직접 대면한 이 디자이너는 예상과 달리 가라앉은 목소리로 국내 패션계에 산적한 문제부터 꺼내들었다.

“국내 디자이너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패스트패션이 휩쓸고 백화점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정해주지 않는 판에. 이걸 생각하면 잠이 안 와요.”

시장과 소비자, 대중매체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부쩍 위기감을 느낀다. 자기 색을 지키며 해외로 나가는 길밖에 돌파구가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는 “세계적 컬렉션들을 보면 자기 색이 강한 사람이 끝까지 가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꼽는 ‘이주영의 색’은 소재의 믹스매치(섞어 쓰기)와 남성복에서 잘 쓰지 않는 소재 사용, 부드러우면서도 남성적인 옷 만들기 등이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 역시 하이테크 섬유나 속이 비치는 천, 실크, 큐프라(부드럽고 광택 있는 합성섬유) 등을 활용했다. 서울컬렉션에서는 지난 9월 뉴욕컬렉션에서 선보인 옷에 다른 작품들을 더해 런웨이에 올린다.

“내 색을 확실히 각인시킬 요소가 필요해 소재에 중점을 뒀어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입다가 조끼 등을 걸치면 격식 있는 약속에도 어울릴 수 있는 옷들을 만들었어요.”

이주영(오른쪽) 디자이너가 올 9월 뉴욕콜렉션에서 선보인 2015 봄·여름 작품.
자기 색을 고수하기도 어렵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훨씬 복잡한 문제다. 그는 일찌감치 맨땅에 헤딩하듯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004년 메릴린 맨슨이 내한 공연 왔을 때는 무작정 호텔로 찾아갔다. 고교 시절부터 맨슨을 접하며 ‘이렇게 기괴한 데서 어떻게 아름다움을 뽑아낼까, 무슨 생각일까’ 궁금했다.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헤치며 천신만고 끝에 맨슨의 손에 그의 옷이 전해졌다. 곧바로 맨슨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팝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역시 7년 전 인연을 맺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홍보사에 들른 블랙 아이드 피스의 스타일리스트가 그의 옷을 보고 먼저 연락해왔다.

“해외 아티스트와 작업하면 연예인 대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만나서 좋아요. 음악과 패션을 교류하며 서로 영감을 주는 관계예요.”

미국 시장을 접해본 그는 “세계적 디자이너가 되려면 그들의 문화 속으로 파고들어 패션계 일원이 돼야 한다”며 “세계 패션계는 끼리끼리 인맥을 쌓고, 이런 네트워킹이 파티 자리에서 이뤄지기에 ‘어울려 노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꼬집었다. 패션 바이어들은 한 디자이너를 3, 4시즌 지켜본 뒤 구매하기에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또 디자이너를 쇼에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윗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그는 “중국의 사업 방식은 우리와 너무 판이해서 국내와 중국 바이어를 연결하는 이들이 중요한데,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는 인력이 태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레쥬렉션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10년이다. 이 디자이너는 “앞으로 5, 6년간 굉장히 바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옷을 파는 걸 넘어서 대중과 소통하길 원한다. 최근 영화 ‘패션왕’ 의상 작업에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패션을 통해 그가 전하려는 삶의 방식은 이렇다.

“사람들이 자기 틀을 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패션에서도 ‘남자는 이걸 입으면 안 돼, 이걸 어떻게 입어’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 계속 많은 시도를 해왔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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