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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고함… 자신을 죽인 과보를 아느냐

입력 : 2014-10-16 20:13:19 수정 : 2014-10-16 20: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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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상 장편소설 ‘마음오를꽃’ “삶이 너를 혹독하게 다룬 적이 있느냐? 네가 겪어낸 삶을 다른 아이들도 견뎌내지 못하더냐? 네 부모와 가족은 남은 삶을 지옥에서 보내게 될 터, 그 지옥을 어찌할 것이냐?”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펴낸 작가 정도상. 스스로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고 써낸 이번 소설은 세상 모든 어린 생명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간절한 당부의 편지와 같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인 열여섯 살짜리였다.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자면 175㎝의 키에 65㎏의 몸무게를 지니고 지상에서 15년 6개월을 살았다. 이 아이는 달려오는 전철을 향해 몸을 던졌다. 청소년 자살의 전형적 원인인 왕따나 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는 아니었다. 성적도 상위권에다 친구들도 많았고 사귄 지 백일을 넘긴 여자친구까지 있었다. 단 세줄짜리 문자메시지가 유서의 전부였다. ‘안녕, 얘들아. 그동안 즐거웠어.’ 사춘기에 찾아온 ‘실존의 고민’이 너무나 쉽게 생을 접게 만들었다.

열아홉 살짜리 고3 정나래는 학교 옥상에서 자신을 투기했다. 이 소녀는 동료 학생들이 ‘재미로’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이 아이의 엄마는 “내 속으로 너를 낳았는데 너를 모르겠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아이는 엄마를 하느님과 동격인 ‘엄마느님’으로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세상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전부 안다고 착각하는데, 그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대화란 무엇일까? 대화를 하기만 하면 모두 소통을 했다고 착각한다. 대화가 소통이라니. 대화는 말을 나누는 것이고, 소통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소설가 정도상(54)이 최근 펴낸 장편소설 ‘마음오를꽃’(자음과모음)의 두 주인공에 대한 사연이다. 앞에 언급한 중학생 남자 아이는 작가 자신의 아들이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 가고 난 뒤 본인과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살해한 중죄를 지은 이 두 아이를 내세워 사후에 그들이 겪게 될 과보에 대해 우리 전통설화들을 끌어들여 말한다. 8년째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작가로서 이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본인이 그 뼈아픈 체험을 했으니 두말할 나위도 없을 터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나오는 저승을 무대로 제주 원천강 설화나 서천꽃밭, 바리데기 설화까지 이 소설에 녹여냈다. 두 아이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가운데 하늘’을 떠돌며 심판을 받은 뒤 자신을 살해한 카르마를 갚기 위해 다시 인간으로 환생해 고단한 삶을 이겨내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작가는 죽은 아이들을 내세워 삶의 엄중함을, 자기 자신 한몸 던진 결과가 남은 사람들을 얼마나 참혹하게 지옥으로 몰아넣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주 설화에 따르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는 서천 꽃밭에서 뼈와 살과 피와 숨을 다시 받을 꽃을 만나야 하고, 마지막 단계에 마음을 만드는 ‘마음오를꽃’을 찾아야 한다. 이 마음이야말로 모든 행동의 근원이거니와 작가는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한 번만 더 마음을 돌아봤더라면 비극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애들에게 죽지 말라고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 죽는다는 게 얼마나 어떤 상처를 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지 모르지만 다만 결정의 순간에 한걸음만 뒤로 물러서줬으면 하는, 세상 일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썼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세상을 잘 견디어내는 일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기를 바랍니다.”

정도상은 아이가 죽고 난 뒤 자신의 문학이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주로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발표했었는데 아이의 죽음 이후로는 근원적인 것들로 관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던 아이는 일본어에도 능통하고 아버지와 강원도 고성에서 강화도까지 500㎞가 넘는 길을 걷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사이였으니 작가인 아버지도 아들과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했을 만하다. 비통이 더한 이유다. 그는 2010년에는 죽은 아이와 몽골로 여행을 떠나며 대화를 나누는, 그리하여 몽골 초원의 밤하늘에 아이를 ‘춤추는 별’로 돌려보내는 소설 ‘낙타’를 쓰기도 했다. 아이는 몽골 여행을 가자고 약속한 지 열흘 만에 말없이 이승을 떠났다. ‘낙타’가 자신의 아이를 위한 진혼곡이라면 이번 장편은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부모의 간절한 하소연인 셈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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