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과는 더 자주 어울려 놀았다. |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해 먹고, 동네로 나가 본다. 이제 이웃이 된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내가 좋아하는 할머니 댁은 꼭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할머니는 혼자 살며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다. 할머니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일어나 인사를 하러 나온다. ‘베소(beso)’는 볼에 입맞춤하는 그들의 인사 방식인데, 친할수록 여러 번 한다. 할머니와 베소를 나누면, 할머니는 고양이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고양이. |
또 어떤 집을 지날 때 새끼 고양이들이 뛰놀고 있길래 고양이들과 놀았더니, 아줌마가 나와서 “키에레스 우노?(Quieres uno?)”라고 하신다. 한 마리 원하느냐고 물어본 말인데, 무턱대고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줌마가 비닐봉지를 가져오라고 딸한테 시켰다. 노란 비닐봉지를 가져와서는 새끼 고양이를 담으려고 했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면 안 되기에 아쉽지만 매일 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콜마도도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곳이다. 콜마도 앞에는 사람들이 언제나 모여 있다. 대부분 도미노 게임을 즐기며, 가끔 빙고 게임도 한다. 도미노 게임은 점이 0부터 6까지 표시된 도미노를 똑같이 나눠 갖고 먼저 다 내려놓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같은 숫자를 맞춰서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게임이다. 최대 4명이 하는 게임으로 콜마도에서는 도미노판과 의자를 제공해 준다.
동네를 지날 때면 이웃과 ‘베소’를 나누며 이야기를 한다. |
나의 동네는 바닷가와 가깝다. 걸어서 20분도 안 걸릴 거리지만, 더워서 쉬엄쉬엄 가기에 30분은 소요됐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는 큰 파도를 몰아오기도 하고, 따뜻한 햇볕을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 그곳에 가니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이 있다. 낚시하는 몇몇 아저씨들이 줄지어 바위에 앉아 있다.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은 아저씨들은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 놓고 무작정 기다릴 뿐이다. 한 남자가 나에게 줄낚시를 줘 나도 낚시를 한번 해봤다. 나뭇가지에 낚시 바늘을 매달아 놓았을 뿐이다. 그래도 바다에 한번 던져놓고 기다렸다. 저 바다를 보면서 한참을 바라보며 낚시꾼 흉내를 내본다.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 바다를 바라보기만 한다. 낚싯대의 움직임을 보는 게 아니라 바다만 바라보았다. 이렇게 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이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치안이 불안한 이곳의 모든 문에는 창살이 설치돼 있다. |
그래도 낮에 다니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낮에도 위험지역에서는 총기사건까지 발생한단다. 이런 위험한 곳만 가지 않는다면 괜찮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행을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도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원칙과 범위를 정해놔야 한다. 무턱대고 여행을 다녔던 이십대와는 달라진 점이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며 처음에는 어색했던 것들이 점점 친숙해져 갔다. 아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단골집이 생기고, 물어보지 않아도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