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 18편 한데 묶어 선보여
랜돌프 칼데콧 지음/이종욱 옮김/4만8000원/아일랜드 |
칼데콧상은 ‘그림책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린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상을 수여한다. 이렇게 선정한 책들은 표지의 ‘칼데콧상 수상’이라는 자랑스러운 문구와 함께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이 상은 전미도서관협회가 영국 작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의 업적을 기리고자 1938년 만들었다. 칼데콧이 그림책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 그림책의 역사를 연 칼데콧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칼데콧 컬렉션’이 출간됐다. 그의 작품 전편인 18편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칼데콧은 그림을 글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렸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유통망과 인쇄술 발달로 출판 부흥기를 맞는다.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어린이책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당시 책에 들어간 그림은 장식용 삽화에 머물렀다. 칼데콧은 그림을 글 못지않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한 축으로 여겼다. 그의 작품에서는 글과 그림이 대화하듯 서로 돕는다.
그는 영국 전래동요나 당대 문호들의 시와 희극을 소재로 썼다. 작품마다 당시 영국 소시민의 생활상이 따뜻하게 녹아 있다. 지역사회가 살아있고 삶이 느리게 흘러가던 19세기 영국 사회의 안온함이 전해진다. 1878년 나온 ‘존 길핀의 유쾌한 이야기’는 윌리엄 쿠퍼의 시에 그림을 그렸다. 결혼 20주년을 축하하러 아내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가던 포목상 길핀이 제멋대로 날뛰는 말 때문에 고생한다는 내용이다. 전속력으로 도로를 질주하는 말과 길핀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짜증보다는 여유와 웃음이 넘친다.
랜돌프 칼데콧은 그림이 삽화 수준에 머물던 19세기 그림을 글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리며 현대 그림책의 시초가 된 작가다. 아일랜드 제공 |
칼데콧의 그림체는 사실적이고 소박하다. 한 톤쯤 옅은 색상은 화려하기보다 눈을 편하게 해준다. 초기 그의 작품에서는 글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후기로 갈수록 글이 짧아지고 아예 그림만 계속 나열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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