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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앞마당의 계수나무 빈 가지에
앉아 있는 멧새 한 마리,
차츰 짙어지는 어둠살 뒤집어쓰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창을 열고 귀 기울이면
새는 어느새 어둠이 아닌 제 노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제 둥지를 찾아들기 전에
오늘 하루치의 못다 한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인지,
계수나무 너머로는
구름에 온몸을 가린 보름달,
별들이 총총 눈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멧새는 제 노래 속으로 날아가버리고,
바람만 느리지만은 않게
빈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다


- 신작시집 ‘침묵의 결’(문학과지성사)에서

◆ 이태수 시인 약력

▲1947년 경북 의성 출생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동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그림자의 그늘’ ‘내 마음의 풍란’ ‘회화나무 그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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