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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 여성 각료 잇따른 낙마에 타격

입력 : 2014-10-20 16:01:45 수정 : 2014-10-20 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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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상·법무상 같은 날 사임…'여성이 빛나는 사회' 삐끗
친한파 오부치 딸 사임에 '한일 관계 자산 잃었다' 반응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내세운 여성 각료들이 정치자금 부정사용 등 각종 의혹으로 연달아 낙마해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일 사퇴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은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에 유권자에게 부당하게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한 의혹에 연루돼 사퇴했다.

아베 총리는 제대로 인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오부치, '눈덩이 의혹'에 떠밀려 사퇴 =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자신을 후원하는 여러 정치단체가 지역구 지지자를 위해 과거에 개최한 공연 관람회 비용의 회계 처리와 관련해 잇따라 의혹이 제기되자 20일 떠밀리듯 사임했고 아베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그가 사임한 것은 관람회 참가자가 낸 회비 수입과 정치단체가 극장에 낸 금액 간에 수천만 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고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오부치 유코 후원회'와 공연 관람회를 공동 주최한 '자민당 군마현 고향 진흥지부'의 2009∼2012년 수지보고서 작성자로 명기된 남성(72)이 "이름을 빌려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계를 한 일이 전혀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오부치 유코 후원회의 2009∼2012년 수지보고서 회계 책임자로 기재된 다른 남성의 부인은 "(남편이) 회계 같은 것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본인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오부치 경제산업상의 비서가 올해 지역구의 한 70대 남성에게 오부치의 사진이 인쇄된 특별주문 와인을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유권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2008년도 관람회 회비 수입이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졸속 회계가 상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급기야 군마현 시민단체인 '시민 옴부즈맨 군마'는 20일 공직선거법·정치자금규정 위반 혐의로 오부치 경제산업상을 도쿄지검에 고발했다.

파문이 커지가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20일 오전 아베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 '부채 배포' 마쓰시마 법무상 동반 사퇴 = 마쓰시마 법무상이 사퇴한 핵심 이유는 작년 여름에 자신의 이름 등이 새겨진 부채를 지역구 주민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달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적됐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도쿄도 23구(區) 외부에 사는 의원만 사용할 수 있는 의원 숙소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고 마쓰시마 법무상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여러 논란을 '잡음'이라고 말했다가 의회에서 질타를 당했다.

마쓰시마 법무상의 부채 배포가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기부행위라며 민주당 측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정식 대응하자 사태가 긴박하게 흘러갔다.

특히 이런 과정이 오부치 산업경제상의 정치자금 파문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마이너스 상승효과를 냈고 두 각료가 동반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마쓰시마 법무상의 경우 오부치 산업경제상에 비해 논란이 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법무상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정권을 부담을 준다는 판단이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여성이 빛나는 사회' 슬로건 타격…아베 책임론 부상 = 지난달 개각 때 여성 각료를 역대 최다(타이기록)인 5명 기용하고서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만들고자 앞장섰다고 국제사회에 홍보를 거듭해 온 아베 정권을 심하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2008년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 때 34세의 나이로 저출산 대책 각료로 취임하며 전후 최연소 입각이라는 기록으로 이목을 끈 인물인 만큼 사퇴의 후유증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육아와 정치활동을 병행해 온 오부치 경제산업상이 아베 내각이 강조한 여성의 사회적 활약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간판 각료'의 사임이 정권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각료의 낙마는 결국 인사 검증의 실패이기 때문에 아베 총리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원전 재가동과 각종 법제 정비 등 현안과 밀접한 두 각료가 동시에 낙마해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책임은 나에게 있다. 국민에게 깊이 사과하고 싶다"고 20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 때 각료가 정치자금 문제로 줄줄이 사임한 악몽을 되풀이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부치 산업경제상의 낙마와 관련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의 부친은 총리 시절인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또 양국이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한일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오부치 산업경제상이 일한의원연맹에서 상임 간사로 활동하는 등 부친의 뒤를 이어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 인사로 분류됐는데 갑작스럽게 낙마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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