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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교폭력 예방법 골든벨 퀴즈로 배워요”

입력 : 2014-10-23 06:00:00 수정 : 2014-10-23 07: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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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 ‘골든벨’ 본따 고안, 피해율 높은 학교 학생 80명 참가
정답 발표때마다 탄식·함성 갈려 “학교폭력 예방법 많이 알게 됐다”
“다음 중 학교 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딜까요?”

“교실!”

딩동댕∼

“와! 맞혔다!”

22일 오후 2시30분 성북경찰서 7층 강당이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학생들은 사회자가 퀴즈 문제를 내자마자 강당에 놓인 패널에 답을 써 두 손으로 높이 들어보였다. 정답이 나오면 승자와 패자 간에 희비가 갈렸다. 동시에 탄식과 함성이 교차됐다. 경찰서 강당은 금세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날 성북서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성북서 관할 초등학교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비교적 높은 학교 4∼6학년생 77명이었다. 이들은 ‘학교폭력 예방 퀴즈 페스티벌’ 예선전을 거쳐 선발됐다. 퀴즈대회는 지난달 18일 성북초등학교를 시작으로 7개교에서 17일까지 한 달간 진행됐다. 이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한 학생들이 이날 결선인 왕중왕전에 올라 실력을 뽐냈다. 퀴즈에 참가한 정수빈(12)양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 경쟁심이 생겨 열심히 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경찰서가 주관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골든벨 퀴즈대회에 참가한 초등생들이 22일 성북경찰서 강당에서 답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퀴즈 난이도에 따라 학생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학교폭력 유형’처럼 난해한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은 “힌트를 주세요!”라고 목청을 높였다. 답을 맞히지 못해 뒷자리로 밀린 학생들은 “패자부활전 기회주세요!”라며 소리쳤다.

공중파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을 본떠 만든 이 퀴즈 대회는 성북서가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고안됐다.

성북서는 올해 상반기 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을 조사한 결과 성북서 관내 초등학교에서 이 수치가 전국 평균 대비 2.38% 높게 나타난 것을 파악하고는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성북서 여성청소년과 김혜숙 과장은 “피해 경험률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놀이식 집단 교육인 ‘도전 골든벨’ 형식의 대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관들의 기발한 발상은 아이들에게 통했다.

처음에는 학교폭력이란 단어에 시큰둥했던 학생들이 퀴즈가 진행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퀴즈에 참가한 동신초등학교 장규현(12)군은 “학교폭력 신고 전화번호를 퀴즈를 통해 알게 됐다”며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런 친구를 보면 117로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암초등학교 최정인(12)양도 “학교폭력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퀴즈대회에 참가한 게 즐겁다”고 말했다.

대회를 마친 학생들은 참가상인 무릎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신이 난 듯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우승한 길원초등학교 김은서(13)양은 “상을 받게 되서 기쁘다”며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런 게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퀴즈대회는 올해가 처음이다. 김 과장은 “내년에도 퀴즈대회가 열릴지는 모르지만 만약 퀴즈대회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낮아진다면 또다시 퀴즈대회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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