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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놓인 다문화 여성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입력 : 2014-10-22 23:12:35 수정 : 2014-10-22 23: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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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1주년 맞은 ‘서울 이주여성상담센터’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판티탄박(가명)은 4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하면서 행복을 꿈꿨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린 직후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함께 생활하면서 메워나갈 것으로 생각한 문화적 차이는 더 커졌다. 생활을 하면 할수록 부부 사이의 믿음은 금이 갔다.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아내 입장에서 남편이 하는 일도 알 수 없었고, 월급은 파악조차 안 됐다. 남편을 대신해 취업하려고 했지만 시집 식구들이 반대했다. 더구나 남편은 아내와 사이에 일어난 일을 미주알고주알 시어머니에게 알리는 것 같았다. 부부 불화에 이혼까지 생각했다.

한국인 아내로 남고 싶어했던 그녀는 마지막 순간 ‘한울타리 쉼터’를 찾았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이주여성센터에서 제공하는 쉼터였다. 다행히 이곳을 찾으면서 심리적 변화를 경험했다. 자신과 가족의 일을 상담했고, 전문가를 만나고 법률 상담을 받았다. 어느새 모두 28회 상담했다.

상담 이후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게 됐고, 남편과 시부모도 베트남에서 온 새로운 식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조금씩 양보하며 인격적 주체로서 서로 인정하게 됐다. 이들은 한국 신혼부부들이 경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시부모의 도움으로 분가까지 했다. 분가 이후 맞벌이로 일하게 됐으며, 일주일에 한 차례는 가족들이 만난다.

이 이야기는 개원 1주년을 넘긴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가 22일 밝힌 여러 사례들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이후 서울시 종로구 글로벌센터에 자리 잡은 상담센터는 그동안 이주여성과 그 가족에게 전문상담 5169건을 제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상담센터는 우즈베키스탄·러시아·네팔 등 17개국 50명의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통역상담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년의 성과를 수치로 살펴보면 상담 의뢰인은 이주여성 당사자가 54.7%로 가장 많았다. 이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경찰서 등 관계기관(29.4%), 배우자(7.8%), 가족·친인척(7.4%)의 상담이 뒤를 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이주 여성이 42.8%로 가장 많이 이용했다.

이어 베트남(28.8%), 필리핀(9.1%), 몽골(3.4%) 순이었다. 이주여성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혼 문제가 25.5%로 가장 많았다. 체류문제(14.8%), 부부 갈등(11.2%), 가정폭력(9.8%), 일반 법률(7.9%) 등도 고민하는 문제였다.

상담센터는 상담 후 남편 폭력 등으로 긴급 보호가 필요한 여성과 동반 자녀 96명에게는 한울타리 쉼터에 머물도록 하고 의식주를 지원했다. 쉼터 이용자 96명의 국적 비율은 베트남 24%, 중국 17.7%, 몽골 10.4% 순이었다. 15일 미만 이용자가 67.7%이었으며, 3개월 이상 장기 이용한 경우는 10.4%였다.

윤희천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관은 “앞으로는 영등포구나 금천구 등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며 “상담서비스, 상담인력 전문 교육 등을 통해 내국인보다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과 그들 가족이 일상적인 삶을 누리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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