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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같은 … 다함께 즐기는 ‘카르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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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3 20:50:38 수정 : 2014-12-22 1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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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36〉 카리브해의 열정적인 축제 속으로
남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열정적인 축제다. 중미에도 춤과 음악, 화려한 분장과 함께하는 축제가 많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독립을 축하하는 축제,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카르나발(Carnaval·카니발)’이 있다. 축제는 보통 피에스타(Fiesta)라고 하며, 카르나발은 사순절 전 사흘 동안 하는 종교행사를 말한다.

그중 카르나발은 지역 예선을 거쳐 산토도밍고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독립기념일은 두 번이 있는데, 하나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날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티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은 아이티로부터 독립한 날을 더 중요한 기념일로 여긴다. 그 이유는 스페인 식민통치는 대부분의 남미국가가 겪은 일이므로, 인접 국가인 아이티한테 지배당한 일이 더 치욕스럽다는 것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821년 12월1일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티의 지배를 받는다. 아이티는 오늘날은 중미의 대표적인 빈국으로 인식되지만, 당시는 중남미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독립을 도울 정도로 국력이 강했다. 이스파뇰라섬의 동쪽은 스페인이, 서쪽은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동쪽은 도미니카공화국이 되었고, 서쪽은 아이티가 되었다. 하나의 섬을 나눠 쓰고 있었던 아이티는 독립 후 도미니카공화국을 지배했고, 그 기간이 22년이나 됐다.

1844년 2월27일 도미니카공화국이 아이티로부터 독립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여행하다 보면, ‘베인티시에테 데 페브레로(Veintisiete de Febrero)’라는 도로가 있다. 산토도밍고에서 가장 넓은 주요 도로로, ‘2월 27일’이라는 뜻이다. 줄여서 베인티시에테라고도 말한다. 그러면 말을 할 때 이렇게 된다. “27로 가주세요.” 혹은 “그건 27에 있어.” 그래서 27이라는 숫자를 많이 듣고, 말하게 된다.

한 달 전부터 각 지역에서 예선이 이뤄지고, 진짜 카르나발에는 수도인 산토도밍고에서 큰 축제로 이어진다. 2월27일이 아닌데도 떠들썩한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 보면, 축제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독립일과 카르나발의 날짜가 비슷하게 겹쳐 독립일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해서, 현재는 2월 말이나 3월 초가 되는 일요일에 열린다. 2월에는 주말에 축제 예행연습부터 열린다.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안 나가 볼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카르나발이 있는 일요일이었다. 밖에 나가 보니, 행렬이 내 숙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급하게 카메라만 들고 나와 그들을 따라가 본다. 끝이 없는 인파 속에서도 일일이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사람들은 모두 웃는 얼굴이다. 행렬은 각자의 팀으로 나뉘어 줄지어 간다. 각 팀에서는 앞에 서는 사람부터 마지막에 오는 사람까지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

어떤 팀은 음식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갖가지 채소와 과일 모양의 사람이 등장하고, 각종 재료를 넣은 냄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주제가 악마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의 식민지배를 받았을 당시 자신들을 채찍질했던 사람들을 악마에 비유했다. 무서운 형상의 가면들이 그때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다. 그 가면은 석고로 만들고 그 안에는 스펀지를 댔는데, 더운 나라에서 이 가면을 쓴다는 것은 덥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 가면 안에서 술을 빨대로 마시면서 다닌다고 한다. 

축제를 관람하는 사람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기도 한다.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에 많은 사람이 나와서 구경을 했다. 그 행렬을 따라서 끝까지 가보니, 행사장이 있다. 그곳에서 팀별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자신들을 뽐낸다. 그러고 나면 그중에서 우승팀을 뽑는다. 나는 순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카르나발을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카르나발에 참가한 팀이나 모두 함께 즐기고 있었다. 어른은 술을 들고 있고, 아이들은 음료를 들고 있다. 다같이 즐기는 나라 전체의 축제답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카르나발은 이어졌고, 사람들은 좀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그 자리를 지켰다.

독립기념일에는 말레콘에 퍼레이드가 지나간다. 독립일은 국가행사이기 때문에 경찰과 군인들이 행렬에 참가해 공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거리에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많아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통령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는데, 어쩌면 지나갔어도 몰랐을 수도 있다. 말레콘 도로를 전부 통제하고 행사를 진행한다. 독립일은 축제라기보다는 국가 기념행사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종교 축제가 또 있다. 부활주간에 이뤄지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라는 축제로 ‘성스러운 주’를 의미하고, 대부분 일주일을 다 쉰다. 이때 꼭 먹는 음식이 ‘아비추엘라스 콘 둘세(Habichuelas con Dulce)’다. 우리나라 팥죽과 비슷한 음식으로 맛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10월부터 준비한다. 초를 켜놓거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작업은 10월부터 이뤄진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다. 12월에도 더운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도 중요한 축제다. 비록 눈이 있는 겨울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짝이는 눈을 장식해 준다.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은 눈을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귀여운 분장으로 카르나발에 참여한 아이.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눈을 처음 본 외국인 여행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봤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며 그 외국인은 손에 내려앉아 스르르 녹아버리는 눈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눈을 처음 봤을 때 저렇게 신기해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내가 카리브해의 바다와 닿을 것 같은 구름을 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이색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눈은 본 적이 없었어도, 이런 바다와 하늘은 매일 보는 풍경이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옆에 흔하게 있는 것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한국에 돌아가면 겨울에 내리는 눈을 처음 봤을 때처럼 바라봐야겠다. 따뜻한 내 손에 내려앉은 눈이 녹는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봐야겠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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