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알려지지 않아 더 흥미로운 바흐와의 여행

입력 : 2014-10-24 19:58:14 수정 : 2014-10-24 19:58: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정동 지음/한길사/2만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최정동 지음/한길사/2만원


“그는 시냇물이 아니라 광활한 바다라고 해야 마땅하다.”

베토벤은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에게 이런 찬사를 올렸다. ‘바흐’는 독일어로 시냇물이란 뜻이지만 그의 음악은 한없이 넓고 깊다는 칭송을 듣는다. 음악사·이론에서 바흐가 차지하는 위상을 몰라도 그의 음악을 듣노라면 조화와 질서, 성스러움, 절제된 희로애락이 망망대해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바흐의 삶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비교해 대중에 덜 알려졌다. 바흐 자신이 편지나 일기 같은 글을 거의 쓰지 않아 아기자기한 맛이 덜하다. 저자는 바흐의 일생을 지도 삼아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의 독일 구석구석을 걷는다. 바흐가 첫 울음을 토해낸 아이제나흐부터 마지막 숨을 거둔 라이프치히까지 따라간다.

생전에 바흐는 ‘스타’가 아니었다. 사후에도 한동안 잊혀졌다. 유적이 제대로 보존될 수 없었다. 빈 공간은 저자의 상상으로 채웠다. 저자는 “바흐의 발자국은 흐릿하거나 군데군데 지워져 있다”며 “무반주 첼로처럼 그는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고, 평균율처럼 그를 찾아가는 길은 끝이 없음을 알았다”고 전한다.

과거로의 여행은 느긋하다. 아는 것 많은 친구가 쉴 새 없이 읊조리는 옛 이야기를 들으며 발길을 옮기는 기분이다. 바흐가 첫 세례를 받은 곳, 뛰어놀았을 광장, 연주했을 악기, 전시관·기념관 모습을 소개하는 건 기본이다. “얼굴에 물방울이 맺힐 것 같다 … 축축한 안개가 중세의 골목에 무겁게 가라앉아 움직일 줄 모른다” 같은 묘사도 충실하다. 걷다가 마르틴 루터 동상이 보이면 루터가 이 도시에서 한 일을 들려준다. 바흐가 사춘기를 보낸 도시 뤼네부르크에 도착하면 소금 산업의 부침에 따라 겪은 영광과 쇠락까지 풀어낸다.

제목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은 바흐가 첫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순간에서 가져왔다. 10살 때 고아가 된 바흐는 20대에 육촌누이 마리아 바르바라와 결혼해 일곱 자식을 낳는다. 생기 있던 아내는 그가 두 달간 출장을 다녀온 사이 허망하게 숨져 땅에 묻힌다. 저자는 바흐가 아내를 잃고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BWV 1014∼1019 1번 1악장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꼽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