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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휴대전화와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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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4 21:27:10 수정 : 2014-10-24 2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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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창이 혼자 사는 70대 노모에게 스마트폰을 사드렸다. 주위에 스마트폰을 가진 노인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부러워하는 눈치여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장만해 드린 것이다. 친구 어머니는 처음에는 사용법을 잘 몰라 고생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요즘엔 스마트폰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영상통화로 손주 얼굴도 보고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도 나눈다.

최근 스마트폰 쓰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노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한 강좌는 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로 북적인다. 정원의 몇 배가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용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그저 통화용으로만 사용하던 노인들이 스마트폰의 기능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노인 인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장·노년층 10명 가운데 4명가량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노년층이 디지털 문화에서 소외됐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스마트폰은 아날로그 세대인 노인들에게 생활의 편리와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기쁨을 준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노년층에는 좋은 친구 역할도 한다.

휴대전화가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광대학교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한 국가에서 70세 노인이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국민총소득(GNI)과 국내총생산(GDP) 중 공공의료비 지출, 개선된 환경위생시설과 함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꼽혔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용이 인간관계 구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궁극적으로 장수에 도움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휴대전화를 쓰면 다른 사람과의 유대 관계가 강화돼 100세까지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신세대 노인을 실버티즌(Silvertizen)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실버티즌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욕구는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실버티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는 미흡하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소외되는 노인이 줄어든다면 디지털 문화야말로 효자손이 아닐까.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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