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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00∼500달러에 이를 것이다.” 1964년 경희대학교의 재학생 설문조사에서 80%가 이렇게 내다봤다. 196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1달러였다. 반면 일본은 836달러였다. 우리 국민소득은 85년이 지나도 당시 일본 국민소득의 반도 못 따라갈 것으로 본 것이다.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절망감은 이렇게 컸다.

나라 밖의 평가는 어땠을까. 1960년에 발간된 미국의 ‘포린 어페어즈’ 기사를 보자. “한국에 실업자는 바글바글하다. 노동인구의 25%에 달한다. 국민소득은 100달러를 밑돌고, 수출은 200만 달러, 수입은 2억달러다. 당연히 가까운 장래에 이 나라의 경제 기적 가능성은 전혀 없다.” 빈곤을 한국인의 숙명으로 보는 논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자존심을 긁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차라리 경제성장은 북한이 순조롭다. 결국 한국인들의 선택은 워싱턴이나 모스크바가 아니라 서울이냐 평양이냐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게 뭔 말인가. 북한으로의 흡수통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60년대 한국의 실상은 이렇게 한심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인 특유의 강한 교육열과 성취동기 등이 원동력이었다.

우리나라가 2015년이나 2016년이 되면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이 그렇다. 30-50클럽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에 불과하다. 모두 식민제국을 운영했던 강대국이다.

한국이 30-50클럽 국가가 되면 세계 7번째가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에서 최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3년 137만원으로 우리나라 2869만원의 20.8분의 1에 불과하다. 경희대생과 포린 어페어즈의 전망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러나 30-50클럽 진입에 자족해선 안 될 일이다. ‘40-50 클럽’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30-50 클럽에 걸맞은 국격을 세우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식의 선진화가 급선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되고 부패와 반칙이 판치는 30-50 클럽 국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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