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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코화에 담아낸 따뜻한 파리의 풍경

입력 : 2014-10-28 20:13:17 수정 : 2014-10-28 21: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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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순간의 영속』 展 “요즘은 자극적이고 즉흥적이고 금기에 도전하는 작업만이 능사인 줄 알지만 전통의 양식 속에도 현대의 문맥에 맞는 게 많습니다. 전통적인 표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느끼고 만들 수 있죠. 법고창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간 실존문제라는 묵직한 주제의 작업으로 유명한 오원배(61·동국대 교수) 작가가 크레파스나 파스텔로 그린 듯한 밝고 산뜻한 색감의 프레스코화를 선보였다.

파르 몽마르뜨 언덕 아래로 보이는 지붕 풍경을 담은 ‘무제’
“30년 전 파리국립미술학교 유학 시절 프레스코화를 처음 만난 이래 틈틈이 작업을 해왔습니다. 프레스코는 엄연히 서양화의 중심인데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프레스코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프레스코화의 원조는 석회동굴에 그린 동굴벽화다. 일반적으로 석회 반죽 위에 그림을 그린 르네상스 미술품이나 고분벽화 등을 프레스코화라고 부르지만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석회 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는 ‘부온 프레스코’(정통 프레스코·습식벽화)와 마른 후 그리는 ‘프레스코 세코’(건식벽화)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천지창조’는 정통 프레스코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고구려 고분벽화 등은 ‘프레스코 세코’다.

작업과정도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오원배 작가는 석회를 1년간 물에 담가 숙성시킨 후 모래를 섞어 반죽해 울퉁불퉁한 흡음판 위에 발라 그림판을 만든다.

회 반죽은 20시간 안에 마르기 때문에 그 안에 천연안료로 그림을 완성한다. 석회와 물, 공기의 화학적 반응효과로 안료가 완벽하게 벽면에 스며든다. 석회 벽면의 질감과 안료가 어우러져 우러나오는 발색은 다양한 깊은 맛으로 다가온다. ‘색의 질감’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색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어 프레스코화에 매료됐다는 오원배 작가. 그는 “원래 미술은 노동에 기반한 것이었다”며 “생각과 몸이 하나 되어 나오는 옛 그림들이 주는 깊은 매력은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프레스코화에 그런 맛이 있다”고 말했다.
“석회가 마르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이뤄져야 합니다. 어떤 것을 그릴지 철저한 계획하에 작업해야 해요.”

그는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처럼 밑그림을 먼저 그린 뒤 이를 전사지(轉寫紙)에 옮기고 이를 다시 축축한 석고층 위에 대고 선을 그어낸다. 시간에 쫓겨 작업을 해야 하기에 다른 볼일은커녕 밥 먹으러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꼬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긴박하고 엄격한 노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프레스코화 작가들이 왜 요절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그는 파리 유학 시절 자취방 창문 너머로 본 다양한 형태의 지붕과 굴뚝을 프레스코화에 담았다. 어떻게 그려도 완벽한 구도의 그림이 돼주던 풍경이었다. 11월19일까지 아트사이드. (02)725-102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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