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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찬밥' 신세여야 치열성 유지할 수 있어"

입력 : 2014-10-29 11:25:12 수정 : 2014-10-29 11: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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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변방의 즐거움' 펴낸 최영철 시인
가난한 시인은 시를 쓸 종이가 없을 때면 헌 신문지 한 귀퉁이에 몇 줄 끼적거려 시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쓴 시는 '천금'인양 가슴 한편에 감추어 뒀다. 시를 쓸 필기구가 없으면 부러진 연필을 깎아 침을 묻혀가며 눌러 썼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최영철(58) 시인의 시는 이렇게 헌 신문지 한 귀퉁이에 부러진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치열하게 쓴 것들이다.

"가난하고 외로웠으나 높고 뜨거울 수 있었던 동력은 얄궂게도 그렇게 진저리를 쳤던 가난과 외로움이었다"는 시인은 "그다지 가난하고 외롭지 않게 된 지금, 나는 그래서 그다지 높고 뜨겁지도 않게 되었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그것이 두렵고 절망스럽다"고 고백한다.

신간 '변방의 즐거움'(도요 펴냄)은 30년간 한결같이 시를 써온 최영철 시인의 체험적 시론이자 시 이야기를 담은 문학 에세이다.

시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으나 무슨 대단한 비의를 품은 듯 천기를 누설하는 착각에 빠지게도 했던 것"이라며 자신의 시 인생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또 시인은 "지금처럼 시가 무력했던 적이 또 있을까"라며 문학계의 자성을 호소한다.

그는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의 변화에 그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지금의 침묵과 침체가 너무 깊고 길다"면서 "그 게으름과 직무유기는 문학의 이름으로 견뎌온 많은 시간들 앞에 분명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문학은 대체로 '찬밥' 신세였기 때문에 그 본연의 치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와서 그것을 못 견뎌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이미 다른 많은 유혹들에 투항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1984년 무크 '지평' '현실시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사진'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등 여러 편의 시집을 냈고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받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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