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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돌베개 베고 계영배 기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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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9 20:56:15 수정 : 2014-10-29 2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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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돌베개를 베고 자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번다한 도시살이가 싫어 산속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거의 대부분은 입이 돌아가는 병부터 떠올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널리 알려진 돌베개로는 이스라엘의 조상이라는 야곱이 광야에서 잠을 자며 사다리 꿈을 꿀 때 베고 있었다는 ‘야곱의 돌베개’가 있다. 장준하 선생의 전집 ‘돌베개’도 있다. 야곱의 돌베개로 추정되는 돌이 스코틀랜드 독립의 상징인 ‘운명의 돌’로 불리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에 보관돼 있다. ‘偶來松樹下(우내송수하·우연히 소나무 아래로 와서) 高枕石頭眠(고침석두면·돌베개 높이 베고 잠을 잤네’(답인·答人·속세 사람들에게 답함) 하고 유유자적을 뽐낸 시인도 있다. 소나무 밑에 있는 돌을 베개 삼아 누워서 잠을 잔다니 우리 같은 잡인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안빈낙도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라고 우긴 천상병 시인의 ‘행복’을 머리맡에 두어 읽지 않고 보고 또 본다. 그의 이력을 아는 이라면 열이면 열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것이다. 시인은 그러나 하나님까지 끌어들여 ‘나의 가장 강력한 빽’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슨 불평이 있고 무슨 불행이 오겠느냐’고 일축한다. 그 내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시인이 하늘나라에서 내려온다면 “정말 행복하냐”고, “이 세상에서의 소풍이 정말 아름다웠느냐”고 묻고 싶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 나가 “우리 박근혜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 등이 낙하산이 아니라 자격과 전문성, 업무경험, 조직관리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적임자임을 처음 알았다. 김 실장이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그날 박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 ‘계영배’(戒盈杯)를 선물했다.

어제 있었던 대통령의 국회 행차는 살풍경했다. 여당 의원들이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손뼉을 쳤지만 야당 의원들의 손은 잠잠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설 때 일어서지 않은 야당 의원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야 의원들에게 돌베개 또는 계영배 하나씩을 선물해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번씩 들여다보게 하면 어떨까.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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