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추억의 노래 미스터리 이야기 절묘한 균형

입력 : 2014-10-30 20:57:52 수정 : 2014-10-30 20:57: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뮤지컬 ‘그날들’
김광석의 노래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등병의 편지’와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지나간 청춘을 떠올리고, ‘사랑했지만’과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들으며 애잔한 사랑의 감상에 젖을 것이다. 그런데 이 김광석의 노래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김광석이 가지는 감성과 어울리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일까? 아니면 젊은 시절의 친구와의 뜨거운 우정을 담은 이야기일까?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사진)은 이런 관객들의 기대를 조금씩 배신한다. 청춘의 사랑과 친구와의 뜨거운 우정이라는 ‘김광석다운’ 감성이 여전히 녹아있지만 큰 줄기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다.

극은 비슷한 양상의 실종사건이 발생한 1992년의 ‘그날’과 2012년 발생한 ‘그날’이라는 두 개의 시점이 서로 교차해가며 전개된다. 1992년 한·중 수교 체결을 앞두고 양국 정상 비밀회담의 통역사를 경호하라는 임무가 청와대 경호실의 신참 요원 정학과 무영에게 하달된다.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여성 통역사와 함께 생활을 하며 어느 사이 애틋한 삼각관계로 발전한 세 사람. 그러던 중 무영과 여성 통역사가 홀연히 사라지는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 있은 후 20년 뒤,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가 열린 가운데 대통령의 딸이 자신의 경호원과 함께 실종된다.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이 된 정학은 20년 전 실종과 놀랍도록 닮은 대통령의 딸 실종 사건을 쫓다가 20년 전의 ‘그날’ 무영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하나씩 발견한다. 그리고 극은 숨겨둔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두 개의 실종사건과 숨겨진 음모,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정신없이 오가는 이야기다. 일견 봐서는 도무지 김광석의 노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와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어 놓는다. 스토리의 큰 줄기 사이로 정학과 무영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두 사람과 여성 통역사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영리하게 묶어 놓은 것. 김광석 노래는 이들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게 만든다. 감성보다는 서스펜스에 더 무게가 실렸던 작품이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적절한 균형감을 찾게 된 것.

작품은 때로 김광석의 아련한 노래를 유머코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나의 노래’ 등 신나는 음악을 통해 관객들을 흥겹게 하는 것은 물론, 애절한 발라드를 영리하게 활용해 관객들의 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로 시작하는 김광석의 감미로운 노래 ‘기다려줘’가 등장하는 장면은 극중 관객이 가장 큰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 이런 영리한 음악의 활용을 통해 ‘그날들’은 원곡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주크박스 뮤지컬의 한계를 돌파한다.

지난해 초연돼 14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번 재연은 창작뮤지컬의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던 초연의 큰 틀을 대부분 이어받았다. 넘버 등은 거의 변화가 없고, 초연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상당부분 재연에 합류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무대운영 등을 느낄 수 있다.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공연한다. 6만6000∼11만원. 1544-155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