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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 마음의 힐링 … ‘한국의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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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0 20:41:23 수정 : 2014-12-30 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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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풍경 제주의 푸른 목장들
제주도에 명소가 워낙 즐비한 데다 새로운 볼거리들이 자꾸 만들어지는 바람에 우리가 잊기 쉬운 이 섬의 매력 중 하나가 목장이다.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이고 매혹적인 풍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너른 초지가 펼쳐진 목장이 아닐까 싶다. 사람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 주는 색채가 녹색(green)과 파란색(blue)인데, 이즈음 절정의 가을이 깃든 제주의 목장에는 녹색 초지와 파란 하늘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녹색의 초지와 파란 하늘이 이국적인 정취를 빚어내는 삼다수목장.
제주의 목장들은 대부분 ‘중산간’에 자리하고 있다. 중산간은 해발 200∼600m 사이 한라산 무릎쯤에 해당하는 지역. 산과 들이 만나서,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지형을 빚는 이곳을 제주 사람들은 중산간이라고 부른다. 

중산간 곳곳에는 부드러운 능선과 드넓은 초지로 목가적인 풍경을 빚어내는 목장이 펼쳐져 있다. 중간산에 목장을 조성한 것은 그 역사가 오래 됐다. 조선시대 조정으로 보내던 최상급 말인 ‘갑마(甲馬)’를 길러낸 곳이 제주 땅 아니던가.

해 질 녘과 동틀 녘, 제주의 푸른 목장이 빚어내는 정경은 말 그대로 감동적이다. 저녁 노을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억새밭 너머 목책 안에서는 말들이 내달리고, 울창한 삼나무숲 건너 초지에서 소 떼가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이 풀밭의 또 다른 주인은 한라산에서 내려온 야생 노루다. 중산간의 목장에서는 무시로 고무공처럼 튀어 다니는 노루를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 제동목장에서 만난 야생 노루.
작은 승마장까지 합치면 제주도에 목장이라는 이름을 내건 곳은 수없이 많지만, 규모가 크고 정취가 빼어난 목장은 주로 한라산 동쪽 중산간에 몰려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목장으로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삼다수목장을 꼽는다.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세랭게티 초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너른 초지에 난대지방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데, 그 경관이 마치 TV에서나 보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랭게티 국립공원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삼다수목장 입구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자동차 몇 대를 세울 수 있는 조그만한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 서면 ‘세랭게티’를 만날 수 있다.

파란 하늘과 너른 초지가 어우러지는 제주도의 광활한 목장에서는 목가적인 평화로움을 얻을 수 있다. 해거름 직후 한라산 동쪽 능선에 자리한 삼다수목장에 서자 한라산 백록담 봉우리 아래로 푸른 안개가 물결처럼 흘러가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삼다수 목장은 해거름에 찾아도 매혹적이다. 서북쪽으로 솟은 한라산 백록담 봉우리 너머로 화려한 석양이 펼쳐진다. 이어 목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한라산 봉우리에 푸른 안개가 파도처럼 흘러가는데, 이 아름다운 정경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정석비행장 인근에 자리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제동목장은 가늠할 수 없는 어머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를 삼나무로 구획해 놓았는데, 이 삼나무 숲길 산책도 감흥이 넘친다. 아직 소와 말들이 축사에 머물러 있는 이른 아침, 이 너른 초지는 새끼 노루가 독차지하고 있다. 노루는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혼자만의 편안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러더니 자기를 좇는 카메라의 시선을 감지했는지, 쏜살같이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송당목장 삼나무 숲으로 들어온 소 한 마리.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송당목장은 길고 좁은 삼나무 숲의 정취가 빼어나다. 길이 좁아 양 옆의 삼나무가 가지를 맞대고 깊은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삼나무 숲 사이로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그 너머에서 소 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제주 경주마 목장은 흰 목책이 둘러쳐지고 미끈한 체형의 종마까지 있어 유럽 승마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경주마 목장에는 목장 울타리를 끼고 걷는 3.5㎞ 정도의 트레킹 코스도 있다.

한라산 서쪽 중산간인 한림읍 금악리에는 성이시돌 목장이 있다. 1954년 4월 콜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제주도에 온 아일랜드 출신 신부가 드넓은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해 가꾼 곳이다. 

성이시돌 목장의 테시폰.
목장 안에 피정센터와 성당, 수도원 등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에 청빈한 느낌까지 더한다. 목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61년 지어진 격납고 모양의 건축물인 ‘테시폰’.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테시폰 지역의 전통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테시폰 옆 초지에는 따스한 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말들이 노닐고 있다. 제주 중산간 목장들의 이런 풍경들은 어느새 가슴 속을 평화롭고 따스한 느낌으로 가득 채워준다.

제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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