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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나요?"… 문인에게 던진 '화두'

입력 : 2014-10-30 20:06:12 수정 : 2014-10-30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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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창립 40주년 맞아 '문답 행사' 문인들에게 ‘왜 쓰느냐’고 물었을 때 선뜻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온 존재를 던져 쓰기 위해 몸부림치는데도 정작 왜 쓰는지 돌아보면 열심히 생각해봐야 하는 국면이다. 왜 그럴까.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이 질문의 답을 찾는 행사를 벌인다. 이를 위해 먼저 소설가 평론가들에게는 왜 쓰는지에 대한 답을 듣고, 시인들에게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과 남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시, 낭송하기 좋은 시를 스스로 고르게 하여 책을 펴냈다.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삼인)가 그 결실이다.

소설가 한창훈은 “왜 쓰는가,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다”면서 “차라리 쓰고 있는 사람을 지켜본 이가 답하는 게 더 좋다”고 운을 뗀다. 당장 답하기로는 원고료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원고료 없는 일기는 쓰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이렇게 대답하면 성의 없다는 사실을 그도 인정은 한다. 그는 “정확히 말해 쓰는 행위가 먼저 있고,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은 뒤에 생긴다”고 말한다. 정색하고 답하자면 ‘아침마당’에 헤어진 가족들이 나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재수 없게 아침부터 눈물바람이라며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 그들이 애써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당대의 이야기로 그런 종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의 답변은 지나치게 솔직하여 민망할 정도다. 그는 “최소한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문학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손석희의 뉴스 한 구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면서 “문학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갈젖꼭지 같다”고 규정한다. 젖은 나오지 않는데 아기의 욕구를 거짓으로 채워주는 그 도구 말이다. 그 이유는 “입에 물 때마다 매번 우리는 ‘절대 젖꼭지’를 기대하지만, 물리느니 항상 애타는 공허뿐”이기 때문이란다. 

손보미·고은
시와 소설을 겸업하는 김선재는 “이 세계에는 많은 골목들이 있고 그 골목의 가장 어두운 쪽에 머무는 사람”이지만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쓰는 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고 썼다. 신예작가 손보미는 고교시절 어두운 밤 복도에 혼자 서서 자신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던 경험을 되새기며 쓰는 행위와 그 결과물의 독자적인 운명을 쿨하게 직시한다. 정용준은 “소설이 인간에 관한 가장 탁월한 언어예술”이라면서 “이 지점에서 소설은 그 어떤 서사 예술보다 여전히 위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단언한다.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다.

등단 갓 2년차인 소설가 조수경의 ‘고백성사’는 일견 감동적이다. 그네는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다. 고교시절부터 문재를 떨쳐 각광받았지만 대학을 나와 정작 신춘문예에는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애인이 세상을 떠나자 마지막으로 신춘문예 응모원고를 보낸 뒤 죽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그네는 “만일 원고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만일 당선 전화가 조금 더 늦게 왔더라면” 어떠했을지 되돌아보면서 “쓰는 것이 나를 살렸다고 믿게 됐다”고 고백한다.

정호승·조수경
시인들은 노소를 망라해 60명이 참여했다.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에 대해서는 크게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꼽은 작품들은 흥미롭다. 고은 시인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정호승 시인도 ‘자작나무에게’를 꼽았다. 김사인은 ‘풍경의 깊이’를, 송찬호는 ‘칸나’를 지목했다. 박형준은 ‘저곳’, 손택수는 ‘새’를 올렸다.

한국작가회의는 이 책자를 텍스트로 삼아 5일(11월 13·14·17·19·20일)에 걸쳐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낭송과 토론을 벌인다. 11월 22일 오후 5시에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4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는 이 책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여러 생각, 여러 학파, 여러 진영이 혼재하는 오늘날 한국문학은 그래서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희망적이기도 할 것”이라며 “이 어지러운 상태를 돌이킬 수 없이 희망적인 흐름으로 우선 갈피를 잡아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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