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은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 중에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면서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며 그런 의미에서 눈에 번쩍 띄는 연애의 대상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바로 그때 시인이 된다”고 서문에 적었다. 그는 이 산문집을 5개 항목의 ‘발견’으로 분류했다. 생활, 기억, 사람, 맛, 숨이 그것이다.
생활에서 발견한 ‘냄비받침변천사’는 안도현표 글답게 익살스럽고 서글프다. 평소에는 싱크대 구석에 웅크려 처박혀 있다가 열을 받을 대로 받는 냄비만 받치는, 그래서 검은 상처를 문신처럼 몸에 새기고 사는 그 냄비받침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견디는 게 그의 삶”이라고 본다. 안도현은 “시인들 사이에는 시집이 냄비받침으로 적격이라는 말이 떠돈다”면서 “냄비받침으로 쓰더라도 시집 좀 사주는 세상은 없나?”라고 맺는다.
‘기억’에서 발견한 ‘고등학생’에서는 “이마가 푸르게 빛나고 심장이 붉게 뛰는 고등학생들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교실에 가둬두었다”고 한탄하면서 “어린 하느님들을 다 수장시켜놓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마지막 ‘숨’의 발견 항목에는 이런 생명들이 진설됐다. 생강나무, 감꽃, 무화과 꽃, 참비름, 연꽃, 애기꾀꼬리버섯, 마타리꽃, 전주물꼬리풀, 참나무, 싸리꽃, 꽃무릇, 돼지감자꽃, 구절초, 음나무, 매화, 노각나무, 곤드레, 멀구슬나무, 갈매나무, 벼룩나물, 변산바람꽃, 병어, 갑오징어, 민어, 버들치, 은어, 연어, 전어, 물메기…. 안도현은 공동저자인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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