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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좋은 낙하산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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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0 20:41:58 수정 : 2014-10-31 0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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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공기관의 성공 사례
임용절차 정상화 통해 나쁜 낙하산 없애야
“김석기 낙하산 사장 철회하라!” 한국공항공사 노조가 1년 전 김포공항에 내건 플래카드였다. ‘항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과 ‘용산 사건 책임자’ 등이 이유였다. 노조 반발이 워낙 심해 김석기 사장은 취임식도 제때 갖지 못하고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했다. 고난은 국정감사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은 ‘박근혜 인사참사의 결정판’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다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낙하산 인사 배제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전부 공염불이 됐다”고 성토했다. 김석기는 공적이었다. 1년 전 그는 박근혜표 낙하산 인사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그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맞아 노조위원장에게서 꽃다발을 받았다. “1년간 고생했다”며 주는 감사의 표시였다. “끝까지 온몸으로 막겠다”고 외치던 그 노조다. 노조 태도가 “나가라!”에서 “고맙다!”로 바뀐 것이다. 국정감사장도 지난해와 달라졌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이룬 데 대해, 우수한 경영능력으로 아시아 최고 경영효율성 상을 받은 데 대해 축하한다”고 했다. 적대시하던 야당도 크게 누그러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공기업의 좋은 사례”라고 칭찬을 건넸다.

김 사장의 성공은 소통의 힘이다. 그는 취임 직후 사내 게시판에 ‘CEO 우체통’을 개설했다.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이든 인사 불만이든 뭐든 말하는 공간이다.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기 위한 행보였다. 일대일 소통 채널이 사장과 직원 간 간격을 좁혔다. 철저히 편지의 비밀이 보장되고 인사나 조직 개편 등에 반영되자 직원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노조와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과도한 복지 혜택, 고용세습 등 방만경영의 잔재들도 걷어낼 수 있었다. 올 7월엔 만화가 이현세가 도안한 신형 마스코트 ‘포티(Porty)’도 선보였다. 비행기를 익살스럽게 형상화한 포티는 친근감 있게 고객에게 다가온다. 공항공사는 김 사장 취임 이후 혁신의 길을 착착 걷고 있다.

김석기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낙하산이 분명하다. 비행기와 공항 운영 전문가가 아니다. 경찰관으로 평생을 다 바쳤으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는 오랜 기간 갈고닦은 행정 경험과 조직 관리 능력을 공항공사에서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굳이 평가하면 ‘좋은 낙하산’ 아니겠는가.

백영철 논설위원
최근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국감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과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였다.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는 도처에 있다. 실세 정치인과 가까운 사람들이 요새 공기관 등의 사장, 감사, 상임이사, 사외이사 등 돈 되고 빛나는 자리를 속속 꿰차고 있다. “저 사람이 언제 저 자리에 갔지?”라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쟈니 윤 관광공사 감사,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도 김 비서실장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한마디로 잘랐다. 왜 그랬을까.

어느 체제든 낙하산이 없을 수 없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정철학의 공유는 인사의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낙하산 인사의 부정이 아니다. ‘적소적재’의 인사원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특정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꿩 잡는 게 매라고, 나라를 혁신하는 데 적임인 좋은 낙하산을 많이 내려보내면 되는 것이다.

문제의 핵은 따로 있다. 소위 임원 추천위 같은 임용 절차가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가 된 현실이다. 대통령이 위임한 인사권을 누군가가 호가호위하며 어지럽히는 것은 아닌지 차제에 깊이 살펴봐야 한다. 시스템이 고장 나 작동되지 않으면 방해하는 그 누군가를 인사해야 낙하산 인사의 질서는 바로잡힐 터이다. 비서실장은 시스템이 고장 난 사실을 부인하려고 한 것일까. 그가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쁜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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