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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헌법 불합치’] 재판부 판단 근거는

입력 : 2014-10-30 18:26:15 수정 : 2014-10-30 22: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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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투표가치 거주지마다 달라… 대의민주주의 위배" 헌법재판소는 30일 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유권자 한 명당 갖고 있는 투표권의 가치가 거주지역마다 다른 지금의 현실이 국민주권주의에 어긋난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다음 선거가 1년 6개월가량 남아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선거구 획정의 적기라는 ‘현실론’을 함께 내세웠다. 유권자 간 투표가치가 균일해야 한다는 1995년 선거구 획정 첫 위헌 결정 때의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헌재, ‘원칙론 3가지와 현실론 1가지’


헌재가 3대 1에 달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내건 명분은 원칙론과 현실론을 포함해 크게 4가지다.

먼저 원칙론을 보면, 헌재는 현행 선거법상 투표가치가 유권자마다 세 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 헌법이 채택하는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단원제하에서는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또 헌재는 국회의원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능을 한다치더라도 이 때문에 국민주권의 출발점인 투표가치를 왜곡해서는 안 될뿐더러 지금은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있어 굳이 지역 대표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현행 선거구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지금처럼 인구편차 기준을 느슨하게 놔두면 과잉 대표되는 지역구와 과소 대표되는 지역구가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는 결국 지역정당구조 고착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함께 밝혔다. 헌재는 종국적으로 이런 지역정당구조가 농어촌 지역의 합리적인 변화를 늦추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봤다.

헌재는 다음번인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2016년 4월13일로 예정돼 있어 관련법 개정을 위한 시간이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뒀다. 헌재는 “다음 선거까지 1년 6개월이 남아 있고, 국회가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획정할 때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부터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헌재 내부에서 일부 반대 의견은 있었다. 박한철·이정미·서기석 재판관은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이익들이 대표되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결정을 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하로 바꾸라는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허정호 기자
◆“인구편차 허용 기준 엄격화가 입법 추세”


헌재는 1995년 이후부터 투표가치를 균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95년 헌재가 선거구에 대해 첫 위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에는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5.87대 1에 달하는 곳도 있었고 ‘게리맨더링’(기형적 선거구 획정) 역시 비일비재했다. 투표가치 훼손은 당시 헌재 결정으로 다소 완화됐지만, 헌재는 2001년 두 번째 결정을 통해 다시금 투표가치를 조정하면서 “조만간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로 더 내려야 한다”고 국회에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쟁 속에 제대로 투표가치가 제고되지 않자 13년 만에 헌재가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외국의 판례와 입법 추세”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1대 1∼1.5대 1 수준이다. 만약 국회가 이 수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헌재가 한 번 더 선거구 획정 관련 조항을 무효로 선고할 수도 있다.

헌재는 이번에도 결정 방식을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로 택했다. 위헌 결정을 하면 해당 규정이 바로 효력을 잃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 개정시한까지 법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헌재는 내년 12월31일까지를 개정시한으로 잡았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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