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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명문대 한국 여교수 차별 맞서 외로운 법정투쟁

입력 : 2014-10-31 07:57:38 수정 : 2014-10-31 0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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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물리학자 소영아 교수…임페리얼대 상대로 부당해고·차별행위 소송 국제 물리학계에서 촉망받는 한국인 여교수가 영국의 명문 임페리얼 대학을 상대로 외로운 법정투쟁에 나서 영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기성 물질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던 소영아 교수(49)가 주인공이다.

소 교수는 지난 2007년 임페리얼대로 자리를 옮겼다가 주변 교수진의 텃세와 차별에 휘말리면서 해고돼 힘겨운 소송 전으로 내몰렸다.

소 교수는 자신의 해고에는 동양인 여성 교수에 대한 차별과 대학의 비리를 들춘 데 따른 보복이 작용했다며 영국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에 제출된 소송자료에 따르면 소 교수가 처음 다트머스대학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영국 대학의 교수로 초빙된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재료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소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약속됐던 연구공간을 받지 못했고 이런 사정으로 2년간 휴직하면서 대학과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첫 학기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소 교수를 초빙했던 교수가 학과장직에서 물러난 상황도 비호의적으로 작용했다.

소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 가운데 다수가 과정시험에서 '0점'을 받은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국제적인 학교 명성과는 달리 쉬운 시험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소 교수의 강의를 따라오지 못한 결과였다.

이는 담당교수의 교습 능력이 부족하다는 화살로 돌아와 소 교수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말았다. 대학은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저조한 점을 징계사유로 내세웠다.

다음 학기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소 교수는 시험수준에는 문제가 없으니 낮추지 말라는 학과장의 지시를 따라야 했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징계위원회 회부였다. 동료 교수진이 사전에 소 교수의 출제수준이 박사급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소 교수는 이런 정보를 차단당했다.

소 교수는 징계 추진에 수준 낮은 강의로 고학점만 남발하는 대학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며 맞섰다. 학생들도 잘 가르치는 것과 무관한 강의평가로 담당 교수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응원에 나섰다.

그러자 대학 측은 동료 교수를 비방한 혐의를 내세웠다. 징계위원회 소명 과정에서 소 교수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알려준 다른 교수의 강의행태 등 학내 부조리를 언급한 점을 트집 잡았디.

결국 대학은 두 차례 조사위원회를 가동하며 소 교수에게 동료 교수를 비방한 혐의를 씌웠다. 이로써 소 교수는 복직 후 2년여 만에 해임이 결정됐다.

소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동양인 여교수라는 이유로 다양한 차별을 당했으며, 대학이 자신을 몰아내려고 함정에 밀어 넣고 증거 조작과 모함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 교수는 영국 법원에 대학을 상대로 부당해고와 차별, 내부고발자 탄압 등을 사유로 소송에 나섰고 마침내 지난 3월 1심 법원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왕실가족 변호를 담당하는 초대형 법률회사의 '골리앗' 변호인단 17명을 단신으로 상대하며 끌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차별과 내부고발자 억압 사유는 인정되지 않아 승소는 했어도 소액의 급여 보상을 가능성이 생긴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영국 고용법상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복직이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소 교수는 이에 따라 끝까지 상급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영국 법원은 최근 소 교수의 항소요청을 받아들여 2심 절차를 승인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계속 소송에 나서면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까지 물게 될 것이라며 소송 취하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주류사회에 영향력이 상당한 대형 대학으로 팔이 굽는 법조계의 분위기도 소 교수에게는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미국 주요 명문대 교수들도 소 교수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서 소송의 파장은 국제 물리학계로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소 교수는 "임페리얼대의 부당행위는 정신적 고문이나 다름 없다"며 "정당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정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다음 달 1심 승소에 따른 법원 보상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 절차가 끝나는 대로 2심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소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서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트머스대학 물리학과에서 6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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