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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국밥 값'남기고 그만… 시신 치울 사람에 대한 마지막 배려

입력 : 2014-10-31 14:33:10 수정 : 2014-10-31 18: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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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들어 살던 집이 팔려 거처가 마땅치 않게 된 독거노인이 "국밥이라도 한 그릇하라"며 약간의 돈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시신을 거둘 사람들을 위해 국밥값을 남긴 것으로 보여 주위를 짠하게 했다. 

3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0시쯤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 1층에 살던 최모(68)씨가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씨는 SH공사의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 5700만원을 받아 6천만원을 주고 49.5㎡(15평) 남짓한 이곳에서 전세를 살았다 .

이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것을 안 최씨는 지난 28일 SH공사 측에 "내일 퇴거하겠다"고 말했다.

퇴거 당일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SH공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노동일 등을 하면서 노모를 모셔왔다.

3개월 노모가 세상을 뜬 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가 발견된 옆 방 테이블 위에서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라"고 적힌 봉투와 10만원 가량의 현금을 발견했다.

최씨는 또 자신의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만원,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이에 해당하는 금액 등 176여만원을 '빳빳한' 새 돈으로 구해 남겨놓았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놓은 재산이 없던 최씨가 집을 비워져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집에서 발견된 돈은 그의 조카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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