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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공복에 싸락눈 들치는 저녁
만선식당에 들러 밴댕이회 한 접시 시켜놓고
철없이 날뛰던 시절 어머니 꾸지람 떠올린다
“속창아리 없는 놈”
하긴, 어미 속을 다 들어 내먹고도 허기진
그런 소갈딱지 없는 놈이었으니
그보다 더 맛깔나게 어울리는 욕은 없었을 터
이제 와 돌아보매 참회가 빗발치는데
왜,
창자 없어 물고기로 취급도 않고 버렸다는
두엄벼늘에서 주구장창 비린내 풍기며 썩어가던
그 지지리도 못난 밴댕이가 이리 맛있는 것이냐
추회를 곁들여 먹는 맛이 아프고 썩썩하지만
어찌 이리 차지고 고소한 것이냐
오늘도 기름기 잘잘 흐르는 그 맛 못 잊어
목포수협 뒷골목 허름한 만선식당
하염없이 미어터지는 것이냐

-신작시집 ‘그늘의 깊이’(문학동네)에서

■ 김선태 시인 약력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동백숲에 길을 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수상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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