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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위에 있다면… 가계부채 왜 위험한가

입력 : 2014-10-31 21:01:59 수정 : 2014-10-31 23: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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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지음/박기영 옮김/열린책들/1만5000원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위험하다.” 이 정도 이야기야 그동안 신문만 열심히 읽은 사람이라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국내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와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021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92.9%로 이는 1000원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가진 빚이 930원이라는 뜻이다. 사실상 우리 경제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한계수준까지 왔음을 위의 엄청난 숫자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빚으로 지은 집’도 이 가계부채 문제의 위험을 지적한 저작이다. “가계부채가 경제 불황의 근본 원인이며 빚을 진 가계들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 내의 그 누구도 가계부채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핵심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단순히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통해 그 위험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책은 우선 대공황에서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역사적으로 있었던 불황들에서 모은 데이터를 통해 심각한 경기침체 이전엔 거의 언제나 가계부채 증가가 선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렇게 가계부채가 한껏 커진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자산가격이 하락했을 경우 대부분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 가계부채의 증가가 초대형 불황의 신호탄인 가계의 지출축소, 즉 ‘수요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지음/박기영 옮김/열린책들/1만5000원

저자는 2000년대 초반 미국 IT거품 붕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하며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3년 동안에만 미국 가계의 금융 자산을 5조달러나 감소시킨 IT거품 붕괴는 소비 감소와 연결되지 않았지만,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은 엄청난 소비 감소로 인한 경제적 대재앙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이는 거품이 꺼진 IT주식을 가진 계층은 대부분 빚이 거의 없는 최상류층, 즉 채권자인 반면 주택가격 하락의 직격탄은 빚을 가진 서민, 즉 채무자들이 맞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산이 빚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자산 가격의 하락은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가진 위험성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책은 가계부채의 증가 자체가 거품을 더욱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빚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채무자들이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증대시킴으로써 자산가격의 상승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것. 부동산불패신화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부동산시장 낙관주의에 젖어있는 우리로서는 과연 지금 우리가 비눗방울 위에 타고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책임의 분산’이다. 현재 금융시스템은 “충격을 감내하기 가장 힘든 가계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 책은 경제 호황기에 가계에 돈을 빌려준 ‘책임’이 있는 은행들이 정작 위기 때 보호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를 지적하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은행을 보호하기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다.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과 채권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데만 치우쳐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계부채를 만든 당사자 중 하나인 ‘채무자’들이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위험분담을 위한 방안으로 책이 제시하는 제도가 ‘책임분담모기지 제도’. 채권자인 은행과 채무자인 가계 모두가 물가 등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책임을 공유하게끔 한 제도로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이 손실을 은행이 공동 분담해 고통을 줄여주는 대신, 자산 가격 상승 시에는 이득의 일정부분을 채권자가 더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지난 2009년 9월14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1주년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열린 뉴욕 페더럴홀 국립기념관 앞에서 한 시민이 금융가의 개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45세 이하 차세대 경제학자 25인에 선정된 미국의 촉망받는 차세대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의 공동 저작이다. 올해 해외에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경제·사회서적으로 평가받는 저작으로 이 책이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을 기점으로 ‘채무자에게 모든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시스템을 수술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촉발되고 있기도 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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