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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강요하는 현대사회… 인간 황폐화 불러

입력 : 2014-10-31 20:57:51 수정 : 2014-10-31 2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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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배신/마거릿 헤퍼넌 지음/김성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원
마거릿 헤퍼넌 지음/김성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원
경쟁의 배신/마거릿 헤퍼넌 지음/김성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원


의사 겸 생화학자인 로버트 골드만은 1984년 198명의 엘리트 선수들에게 ‘약물 검사에서 발각되지 않고 금메달을 보장해 주는 약물이 있는데 복용할 경우 5년 후 사망한다고 해도 이 약을 먹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런데 52%의 선수들이 이 약물을 먹겠다고 대답했다. 그후로 10년 동안 2년마다 같은 설문을 반복해 보았는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신간 ‘경쟁의 배신’은 맹목적인 경쟁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가 인간을 이 정도로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한다.

경쟁은 자본주의의 운영 원리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은 서로 경쟁할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낸다는 믿음이다. 사이클 선수가 혼자 사이클을 탈 때보다 경쟁자와 함께 탈 때 더 빠르게 달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19세기말 미국 사회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의 실험처럼 근거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경쟁은 우리에게 놀라운 효율과 기적적인 경제발전, 무한한 창조성과 눈부신 혁신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 대신 우리를 부정부패, 환경파괴, 낭비, 환멸, 불평등의 바다에 빠트려 허우적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인식이다.

영국 BBC프로듀서 출신 언론인인 저자는 12장에 걸쳐 경쟁이 창조·개성·성장·창의·혁신 등 세계의 공동목표를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과도한 경쟁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커닝·표절·약물 복용을 일삼고, 스포츠는 격렬해지며 선수의 부상이 더 잦아지고, 종교계는 교회 건물이나 신도 수를 비교한다.

저자가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협력과 상호의존이다. 그리고 신뢰와 공존공영의 정신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적 기업과 공동체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경쟁심이 강한 존재들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심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라고 강조한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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