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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기업 파티 끝났다”는 말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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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1 21:41:24 수정 : 2014-10-31 2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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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산명동서일필인가. 정부가 “공공기관을 개혁한다”고 큰소리치더니 결과가 보잘것없다. 정부가 그제 내놓은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에 물든 38개 중점관리 기관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관에 대해 하겠다던 기관장 해임 권고, 임금동결 조치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신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성공적이었다”는 자화자찬만 요란했다.

공공기관의 빚더미·방만 경영은 ‘탄탄한 정상화의 길’에 오른 건가. 정부의 평가대로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혁에 반기를 들었다는 공기업 노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말로만 개혁을 떠든 결과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평가 결과만 보면 그럴듯하다. 부채중점관리 기관 18곳의 부채 감축 규모는 24조4000억원에 달했다. 당초 계획했던 20조1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을 더 줄였다고 한다. 부채 줄이기에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모수 조작’을 한 대목이 발견되니 엉터리 부채 구조조정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예상됐던 부채 규모’보다 9조7410억원의 부채를 줄였다고 한다. ‘기존 실질부채 총액’에 대비한 감축 수치가 아니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동서발전의 예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개혁의 흔적이 엿보인다. 동서발전은 2966억원을 줄이기로 해놓고 2990억원을 감축해 부채 감축 실적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새 호화청사, 1인당 숙소 비용이 2억8200만원이나 되는 283억원짜리 100가구 독신자 숙소에 대한 조치는 온데간데없다.

대폭 줄였다는 복리후생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눈 가리고 아웅한 흔적이 또 발견된다. 10개 주요 중점관리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703만원에서 424만원으로 279만원 줄이기로 했던 계획을 382만원으로 15% 초과 감축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1306만원에서 410만원으로 68.6% 줄였다. 그러나 이들이 없앴다고 생색 내는 각종 복지 혜택은 대부분 일반 기업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진작 폐지해야 할 것을 조금 손본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중간급 평가를 받은 20개 기관에 성과급을 듬뿍 안겨주기로 했다. 정부는 공기업의 각종 요금 인상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요금 인상을 통해 적자를 메워주겠다는 뜻이다. 공기업의 개혁 시늉에 정부가 장단을 맞추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개혁 성과를 냈다”고 선전이나 하는 것이 공공개혁인가. 공공개혁의 본질은 국가경쟁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공기업 파티를 끝낼 수 있는지 정부는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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