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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B 보던 운전자, 적발되니 되레 "뭐가 문제냐"

입력 : 2014-10-31 19:00:22 수정 : 2014-11-02 1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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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 동행취재 해보니 “흰색 쏘렌토, 흰색 쏘렌토.”

지난 30일 오후 6시46분. 서울 동작경찰서 교통정보센터 소속 김영동(37) 경사는 운전 중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시청하는 차량을 적발했다. 그는 앞 쪽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에게 무전통신을 했다. 운전자 김모(45·회사원)씨는 DMB를 통해 야구경기를 보다 적발됐다. 김씨는 “예전부터 봐 왔는데 위험하다든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불법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방수현(41) 경사가 30일 오후 서울 노량진동 노들길에서 운전 중 DMB를 시청한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염유섭 기자
이날 동작서 교통정보센터는 낮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동작구 노들길과 국립서울현충원 앞에서 운전 중에 영상표시장치를 시청하는 운전자를 집중 단속했다. 주행 중인 차량 앞뒤에서 조를 이뤄 단속해야 하기에 교통경찰 3명과 의경 2명 등 5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단속 건수는 2시간30분 동안 단 2건에 그쳤다.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짙은 선팅 필름으로 조수석에 사람이 탔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차량이 대다수”라며 “최근에는 액정화면을 오디오 박스에 넣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 시청 및 조작에 대한 단속에 돌입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운전 중 스마트폰이나 DMB 등을 보거나 조작하는 것을 단속 중이다. 하지만 집중 단속 기간이었던 지난 5∼7월을 제외하면 실적은 거의 없다. 지난 9월 전국을 통틀어 영상표시장치 조작 등으로 단속된 건 36건뿐이다.

단속을 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단속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가 발뺌을 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그 민원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단속하지 말자’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적발된 운전자가 ‘다른 차에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통정리 및 교통사고 조사와 함께 단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DMB 기기를 운전 중 쉽게 작동되도록 만드는 업체도 불법행위 조장에 한몫한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DMB의 영상이 주행 중 자동으로 꺼지도록 만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유명 내비게이션 업체 대리점은 설정 변경만 해주면 운전 중에도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 업체는 10만원을 추가로 내면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DMB 영상이 꺼지지 않도록 수신기를 증폭해 준다. 온라인상에서는 3만∼20만원을 들이면 운전 중 영상 시청이 가능하도록 액정화면의 록(Lock)을 해제해주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동국대 이윤호 교수(경찰행정학)는 “단속에만 의지하면 영상표시장치 조작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운전 중 영상 시청과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 공익광고, 교통방송 등을 통해 알려 시민들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염유섭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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