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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설경구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죠"(인터뷰)

입력 : 2014-10-31 17:34:48 수정 : 2014-10-31 17: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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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리고 아버지. 그리고 배우 설경구. '나의 독재자'라서 남달랐다.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커다란 짐이자 트라우마가 됐고 설경구는 그 빵점짜리 아버지를 완벽히 담아냈다.

'나의 독재자'는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상상력을 기미한 작품으로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굳게 믿는 남자(설경구 분)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박해일 분)의 이야기. 지난 10월 30일 개봉.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거침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아버지 연기가 몸에 밴 그. 영화 '소원'에서는 딸을 위한 아버지로 분했고, '그놈 목소리' 역시 그러했다.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는 비밀리에 김일성 대역을 하게 되는 무명 배우 성근 역을 열연했다. 따뜻하고 다정한 아버지였지만 열정에 미쳐 결국엔 망상의 덫에 걸린다. 그리고 어린 아들은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멀리한다. 설경구가 생각하는 성근은 누굴까.

"어떤 아버지를 표현해 내야겠다는 목표는 없었습니다. 표현하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고요. 관계 속에서 표현하려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에 의해서 아버지가 변해가는 것을 따라가려 했습니다. 시대상에 대한 많은 생각도 가졌습니다."

"전 제 아버지와 솔직히 친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안돼. 하지마'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아버지가 독재자라는 얘기를 들었던 시대죠. 더불어 아버지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식들에게 잡아먹히면서 쪼그라지고 치이고요. 그런 시대의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 애들은 빨리 크고 싶었을 거예요.(웃음)"

"김성근은 배우의 꿈을 갖고 있는 나이 많은 극단원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무대에서 소화를 못하고 망신을 당하죠.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서 이상한 캐스팅 제의가 왔고, 강제적인 학습을 받고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몰입해요. 그런데 무산되고 말죠. 결국 성근은 돌아갈 곳 없는 아버지예요. 아들에게도 갈 수 없고요. 연극이 생명의 끈이었겠죠."

설경구는 촬영 중에도 이해준 감독과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하며 "성근이 이해된다"고 했다.

"감독에게 '이 상황에서도 연극하는거지?'라고 물은 적도 많았고 성근이 안 빠져 나온 건지, 못 빠져나온 건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22년 후 만났을 때 아들의 눈을 못 쳐다봐요. 하지만 마지막에 아들을 위한 공연을 하죠. 성근은 무능했지만 애썼고 다정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일성 역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것은 안타깝지만요."

극중 성근을 위해 설경구는 특수 분장까지 불사했다. 이미 한 차례 영화 '은교'에서 특수 분장 경력이 있는 상대 배우 박해일이 그를 많이 이해해 줬다고.

"분장은 상대 배우 분들의 희생 없이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특수 분장을 몇 시간씩 하고 나면 무조건 바로 저부터 시작해야 돼요. 그런 점에서 저를 가장 잘 이해했던 사람은 해일이입니다. 제 분장 시간 때문에 연기 리듬을 놓칠 수도 있는데 해일이는 역시 리듬을 안 놓치더라고요. '나의 독재자'는 박해일이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웃음)"

설경구가 '나의 독재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 그의 아내 송윤아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마마'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어머니로 분했다. 부부의 작품 인연이 남다르다. 그는 송윤아의 작품을 챙겨 봤냐는 물음에 "잘 봤다"며 "촬영이 없을 때 봤다. 많이 울었다"며 아내 송윤아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나의 독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었다. 후반부 태식(박해일 분)이 아이처럼 우는 장면에서 극중 태식의 어린 시절 모습이 겹쳐 보여 찡했다"고 말하며 '나의 독재자'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내비쳤다. 그에게 '나의 독재자'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나의 작품 중 하나다'라는 생각은 여전해요. '나의 독재자' 역시 저의 2014년의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의 독재자'는 지난해 6월부터 4월까지 비워놓고 촬영을 들어갔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어요. 비워뒀다는 자체가 특수함이 있고 부담이 됐다는 거겠죠.(웃음)"

짧지 않은 연기 인생을 살아온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역할이 있을까. 끝까지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듯 리듬에 맞춰서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미소가 떠오른다.

"사극을 안 해봤습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어요. 하지만 작품을 만나는 것도 인연인 것 같습니다. 인연이 되면 만나겠죠. 인연이라면 돌아가서라도 만나게 되니까요."

이린 기자 ent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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