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선홍색 터널…사람도, 물도 붉어지네요

관련이슈 'W+'여행

입력 : 2014-11-13 20:27:36 수정 : 2014-12-30 15:49: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창의 단풍 명소 선운사&문수사
     
'
전북 고창은 만춘(晩春)의 여행지이자, 만추(晩秋)의 여행지다. 고창의 명물인 선운사 동백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선운사 동구’에서 노래했듯이, 유난히 늦게 핀다. 선운사 동백만큼이나 선운사 단풍도 늦다. 다른 지방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쯤 절정에 달한다. 고창의 단풍이 늦은 것은 바다를 끼고 있어 내륙지방보다 평균기온이 3도쯤 높기 때문이다. 고창의 단풍 명소로는 선운사와 문수사, 두 절집을 꼽는다. 우리 땅의 으뜸 단풍 명소 10곳 정도를 추린다면 누가 꼽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두 곳의 단풍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문수산 중턱에 자리한 문수사의 단풍나무 숲은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제463호)로 지정된 단풍나무 숲이다. 문수산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이르는 숲길이 2005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숲길의 길이는 100m 남짓하지만, 그 일대 숲에는 최대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당단풍나무 500여그루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잎이 작은 당단풍은 색이 선명하기 이를 데 없다. 노거수의 직경은 30∼80㎝, 높이는 10∼15m에 달한다. 

문수사 입구의 수백년 된 단풍나무.
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 문수사를 찾은 중년의 사진작가는 “이토록 크고 우람한 단풍나무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숲에는 단풍나무 외에도 고로쇠나무, 졸참나무, 개어서나무, 상수리나무등 단풍색이 아름다운 수종들이 어우러져 있다.

문수사는 산 중턱에 돌로 2층 기단을 쌓고 전각을 들였다. 절집 주변에도 장대한 단풍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절집에는 신라시대 고승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이 때문인지 문수사에는 특이하게도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전이 대웅전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즈음 불당 신축 공사가 한창이어서 절집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지만,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늦어 지난 주말에도 절반 정도만 물들었다. 문수사 단풍은 이번 주말부터 절정을 맞기 시작할 것이다. 

늦가을 단풍 명소인 고창 선운사에서도 도솔천 일대는 단풍 색깔이 유난히 선명하고 강렬하다. 단풍색이 워낙 붉어 도솔천 수면 위도 온통 붉게 물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예로부터 선운사는 내장산, 백양사와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단풍 명소다. 선운사 단풍은 지난 주말에 절정을 넘어섰으니, 이번 주말이 지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 듯싶다. 지난주 선운사에서 마주한 단풍은 유난히 선명하고 강렬했다. 선운사에서도 행락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절집 앞을 흐르는 도솔천 주변이다. 

단풍이 절정을 맞으면 도솔천 옆으로 늘어선 단풍나무가 온통 선홍색으로 물들어 도솔천 위로 붉은 빛 단풍터널이 만들어진다. 이 장관을 앵글에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몰려 들어 오전 도솔천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도솔천 물 위에 떨어진 단풍나무 잎.
붉은 단풍은 도솔천의 물 색깔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도솔천은 선운산 깊은 계곡에서 자라는 떡갈나무나 상수리 나무 잎에서 나온 타닌 성분 때문에 물빛이 어둡고 푸르다. 그래서 도솔천 주변 단풍이 더 선명해 보이고, 물위에 떨어진 단풍잎도 도드라진다. 

선운사 도솔암 아래 자리한 진흥굴.
도솔천과 선운사 경내의 단풍을 눈에 담았다면, 도솔계곡을 따라 도솔암으로 향하는 숲길을 걸을 차례다. 이 길의 단풍도 도솔천 못지않게 곱고 선명하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왕복 4㎞ 남짓. 숲길은 대부분 평탄하다. 이 도솔계곡은 국가지정 명승(제54호)이다. 이 길에서 절정의 단풍은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 앞에서 만나게 된다. 

선운사 도솔암 아래 자리한 장사송과 그 앞의 선홍빛 단풍.
진흥굴 앞에 키가 훤칠한 장사송(천연기념물 354호)이 버티고 서 있는데, 그 앞 단풍의 붉은색이 얼마나 강렬한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장사송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도솔암이 나오고, 그 옆에 마애불(보물 1200호)이 서 있다. 불상의 배꼽에는 검단선사가 봉해 둔 비결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지만, 만추의 정취를 찾아 온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주변의 곱디고운 단풍이다.

도솔천 내원궁 바로 아래 자리한 도솔암 마애불.
미당 생가가 있는 안현돝움볕 마을의 벽화.
가을 고창에서는 ‘국화 옆에서’의 시인 미당 서정주를 기리는 미당시문학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폐교를 활용한 미당시문학관에 들러 벽에 걸린 ‘국화 옆에서’를 다시 한번 읊조려 본다. 

선운리 안현돝움볕 마을의 국화밭.
미당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선운리 안현돋움볕 마을은 벽화와 국화꽃밭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국화는 이미 절반쯤이 시들었다. 대산면 성남리 일대의 광활한 국화꽃밭도 절정이 지났지만,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배웅하기에는 색 바랜 국화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고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선운사 나들목이나 고창 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선운사 인근에 ‘선운사 관광호텔’(561-3377), ‘선운사 유스호스텔’(561-3333) 등 숙소들이 몰려 있다. 주변에 숙소가 없는 문수사가 목적지라면 읍내 모텔에 여장을 푸는게 좋다. 읍내 숙소 중에서는 고창 읍성 부근의 ‘모양성 모텔’(561-5009)이 최근 새로 지어졌고, 바로 옆 ‘아리랑 모텔’(561-5595)도 깔끔한 편이다. 두암초당은 아산초등학교 급식실 뒤쪽, 반암마을의 기암을 설명하는 안내판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선운사에서 도솔천 내원궁이 자리한 도솔암까지는 자동차로도 들어갈 수 있다. 고창은 풍천 장어구이로 유명하다. 선운사 주변에 장어구이집이 즐비하다. ‘연기식당’(561-3815), ‘할매집’(562-1542), ‘산장회관’(563-3434)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