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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떤 일상의 즐거움을 기대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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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4 21:58:11 수정 : 2014-11-14 21: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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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평범한 일상 속 깃들어 있어
잠재워진 감성 깨우면 삶이 더 충만
일상이 소중하다.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한 송이, 뒹구는 낙엽, 돌멩이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앞산의 덩치 큰 소나무도 이제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덧 겨울 문턱에서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큰 욕심 없이 주어진 일에 만족하고, 소소한 것에 기뻐하며, 물질적인 빈곤에도 즐거워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사건건 불만이 가득하고, 풍요로움을 위해 부족한 지갑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 모습은 흡사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나그네 같아 보였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 때도 삶의 여유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감성의 욕구가 넘쳐났다. 하지만 화관을 쓴 거울 앞 지금의 내 모습은 일그러져 보인다.

신하순 서울대 교수·화가
“일상은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은 새콤달콤 ‘잘 사는’ 삶이 아니라, ‘남들에게 좀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등바등하는 삶이거나 ‘이미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크렁크렁 과시하는 삶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의미 있는 일상이 그들에게서 멀리 있기 때문이다”라고 철학자 김용석도 ‘일상의 발견’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가. 작은 시간의 조각에서 보여지는 감성의 소중한 울림은 느껴본 사람만이 즐거움을 알수 있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산에 있는 나무를 빗대어 말하곤 한다. “좋은 재목감으로 반듯하고 쓸모 있는 나무는 이미 베어져 재목이 됐거나 산을 떠난다. 못생기고 쓸모가 없는 나무가 남아 산을 지킨다”고. 특별히 다른 재주가 없고 한 가지 일에 충실하다보니 오래도록 그 산을 지키는 나무가 됐다고.

일상에서 어느 일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경중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은 비범한 일상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이미 행복은 깃들어 있다. 눈이 맑은 사람만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 하찮은 것도 없고, 중요한 것도 없다면 오늘의 시간 속에서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경쟁의 중심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에 비켜갈 수 없는 노릇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경쟁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들판에 피어있는 풀꽃도 자연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햇빛을 보고 있다. 우리의 눈에는 그저 들풀로 보이지만 태양을 따라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일까. 대답 없는 우문은 계속되지만 오직 나 하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온 사회에 가득하다. 자신 앞에 던져진 이익을 거머쥐기 위해 의리도, 그동안의 친밀한 관계도 묻혀 버린다. 경쟁에서 밀려 나온 자들은 허위에 찬 동정을 의식하며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하게 된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키듯 오랜 세월이 흘러 경쟁이 시들해질 무렵이면 그 못난 나무가 산의 중심에 우뚝 서서 그늘을 만들어 지나가는 새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다양한 동물의 쉼터로 거듭나며 그 진가를 발휘할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예술 영역도 시장논리의 그늘에 가려 사회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식처로 자리 잡을 것이다.

화가가 꿈이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 놓는다”고 했다.

이제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자. 그리고 자신의 잠재워진 감성과 열정을 눈뜨게 하자. 위대한 예술가만이 위대한 작품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예술,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찾아보자.

신하순 서울대 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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