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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녕, 가을바다…마지막 남은 나뭇잎의 인사

입력 : 2014-11-20 18:15:18 수정 : 2014-12-01 15: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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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또 다른 부속섬 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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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는 교동도 남쪽에 자리한 강화도의 또 다른 부속섬이다.

석모도는 교동도와는 달리 일찌감치 서울, 인천 근교의 섬 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다. 민통선 밖이어서 외지인 출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고, 바닷길 교통 사정도 좋았기 때문이다. 강화도와의 거리가 1.5㎞ 정도에 불과해 바다를 건너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고, 배편도 많다.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섬 구석구석까지 개발됐고, 지금은 해안선을 따라 바다경관이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펜션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그래도 섬은 섬이다. 오랜간만에 찾는 석모도에 들어가려고 하니, 뱃시간과 막배 시간도 파악해야 했고, 자동차 승선 요금도 알아봐야 했다. 교동도에서 강화도로 나와 외포리 선착장으로 내려가는데, 이번 배를 놓치면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서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 보문사 마애불.
석모도는 관광자원도 풍부한 편이다. 산과 바다, 갯벌, 유서 깊은 절집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어, 늦가을과 초겨울 섬의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석모도의 최대 명소는 낙가산의 보문사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창건된 이 고찰은 낙가산 정상 부근 눈썹바위 아래 조성한 마애불 덕분에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양양 낙산사와 함께 4대 해수관음 성지로 꼽힌다. 

해질녘 그윽한 정취를 품은 보문사 대웅보전의 풍경.
마애불 외에도 와불전, 오백나한상, 관세음보살 사리탑,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윤장대 등이 절집 곳곳에 들어서 있다. 깊은 내력을 지닌 것들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볼거리가 된다. 1928년 조성된 마애불까지는 41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마애불 아래로 펼쳐지는 서해바다 전망과 해넘이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석모도 최고의 명소는 낙가산 눈썹바위 아래 들어선 보문사 마애불이다. 해질녘 마애불에 오르면 서해의 갯벌과 바닷물길, 그리고 수평선이 더없이 푸근하고 아늑한 풍경을 풀어낸다.
마애불 옆으로는 낙가산(235m) 정상으로 돌아 올라가는 등산로가 놓여 있다. 이 등산로는 동남쪽의 해명산(327m)과 서북쪽의 상봉산(316m)으로 이어진다. 석모도의 행정지명이 삼산면(三山面)인데, 이 삼산이 바로 해명산·낙가산·상봉산을 일컫는다. 산행을 즐기러 온 사람은 해명산에서 낙가산을 거쳐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주로 탄다. 석포리 선착장에서 가까운 전득이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해명산까지는 1.8㎞, 낙가산까지는 6.2㎞, 상봉산까지는 7.3㎞다. 전형적인 섬 산행 코스로, 정상 능선을 타고 가는 내내 사방으로 툭 터진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민머루 해변의 갯벌.
해변 정취를 즐기려면 민머루 해변과 그 옆의 장구너머항(장곳항)을 찾으면 된다. 민머루 해변은 모래사장이 1㎞에 달하는데, 썰물 때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저어새 등 각종 희귀 조류가 관찰되는 이 갯벌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낙가산 중턱에는 석모도의 북쪽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수목원과 자연휴양림도 들어섰다. 현재 휴양림 숙박시설은 절반쯤이 운영 중이고, 수목원은 내년 3월 1차 개장한다.

나무를 형상화한 석모도 수목원의 건물.
석모도의 밤. 오후 9시 뭍으로 나가는 막배도 끊겼다. 해변에 서면 바로 건너편에 육지가 보이지만 바다가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느껴지는 이 홀가분한 느낌은 섬 여행의 매력 중 하나다. 이튿날 석모도의 명소를 둘러보고 나올 때도 뱃시간에 늦을까 자꾸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육지와 아무리 가까워도 배를 타야 하는 섬 여행에는 이같이 즐거운 긴장감이 꼭 동반된다. 지금 석모도에도 강화도와 잇는 다리가 건설 중이다. 길이 1.54㎞의 연륙교는 2017년 말 완공된다. 다리가 연결되면 많은 것들이 편리해지겠지만 이 같은 섬 여행의 묘미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석모도(강화)=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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