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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 건물도 '클린'… 도미니카공화국의 자부심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11-20 21:02:41 수정 : 2014-12-22 17: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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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38〉 깨끗한 도시 산티아고
산티아고는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도시다. 산티아고 출신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산티아고에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줬다. 그는 산티아고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미국인이 개발해 놓은 휴양지와는 다르게, 산티아고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산토도밍고에 이은 ‘제2의 도시’라고 불리며, 풍부한 자원을 발판으로 성장한 부유한 지역이다. 정식명칭은 ‘산티아고 데 로스 카바예로스(santiago de los caballeros)’인데, 줄여서 산티아고라고 부른다. 산티아고는 다른 나라에도 있는 지명이다. 칠레 수도 이름이기도 하고, 스페인에도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다. 쿠바에도 산티아고가 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산티아고라는 이름으로 건설된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산티아고 시내 전경.
도미니카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산티아고는 하라바코아에서 가깝다. 의외로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도시 간 이동은 쉽다. 하라바코아에서 가깝다는 핑계로 너무 늦게 출발해서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워졌다. 그래도 다행히 도시라서 불빛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근처 식당에 갔다.

이제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 그것은 음식에 대한 이해와 언어다. 시장에서 장을 많이 봤기 때문에 현지 재료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러면서 그 재료에 대한 스페인어를 익혔다. 우리나라에서 쓰지 않는 낯선 재료도 직접 사서 음식을 해봤다. 그중에서 가장 독특한 재료는 ‘플라타노(platano)’이다. 플라타노는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겨서 처음엔 익지 않은 바나나인 줄 알았다. 플라타노는 녹색과 노란색 두 종류가 있으며, 그것을 생으로 먹어 본 사람만이 플라타노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다. 바나나인 줄 알고 바나나처럼 까서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고 떫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식민지 시절 지배층의 학정을 상징하는 조형물.
하지만 바나나가 아니라 익혀서 먹는 식재료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이 열매가 이렇게 맛있게 변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반전 매력이 있는 열매다. 플라타노는 중남미에서 흔하게 먹는 열매로 우리나라의 감자,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이기도 했다. 뿌리식물인 유카(yuca)와 함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재료다. 유카와 플라타노는 서민음식이며, 또한 고급요리에 사이드로 항상 빠지지 않는 재료다. 나는 특히 플라타노를 많이 먹었다. 플라타노는 과일은 아니다. 플라타노는 얇게 썰어서 튀김으로 먹을 수도 있고, 삶아서 으깨 샐러드로 먹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요리가 가능한 플라타노 매력에 빠지면 감자튀김 대신에 사이드 메뉴로 플라타노를 찾게 된다.

식당에서 메뉴를 물어봐서 재료가 무엇인지 알면 대충은 어떤 음식인지 감이 온다. 재료와 요리 방법만 알아도 그 음식을 상상할 수 있다. 처음에는 유명하거나 대중적인 음식을 찾게 되지만, 점점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이름도 생소한 메뉴를 시켰다.

깨끗한 거리가 자랑거리인 산티아고 시내.
중남미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소금’이다. 소금만 빼달라고 하면 된다. 아주 맛있는 요리도 너무 짜면 먹을 수가 없다. 소금을 빼 달라고 해야 한국사람 입맛에 간이 맞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짜게 먹는다. 섬나라인 점을 감안해도 너무 짜게 먹는다. 주문한 음식을 맛보았을 때 성공하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산티아고에서 처음 간 식당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입맛에 맞아 요리 방법을 주방장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는 친절하게 레시피를 적어줬다. 한국 가면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하나 더 시켜 먹었다.

산티아고 시내에는 ‘Monumento a los Heroes de la Restauracion’이라는 유명한 건물이 있다. 산티아고 중심에 위치한 이 건물은 전망이 좋은 곳이다. 영웅을 위한 기념탑으로 불리지만, 처음 지어졌을 때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 의미와 상관없이 이곳을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그곳에 오르면 산티아고 시내 전체가 다 보인다고 했다. 산티아고는 꽤 큰 도시인데 설마 다 보일까 의심하며 그곳으로 갔다.

‘Monumento a los Heroes de la Restauracion’이라는 이름의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어 걸어 올라가야 한단다. 고장 났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 투덜대며 걸어 올라갔다. 한 층 한 층마다 독립에 관련된 전시물을 놓았는데, 흥미롭진 않았다. 꼭대기에 올라섰을 때는 땀이 흘렀다. 하지만 테라스로 나가는 순간 땀이 날아가 버린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탁 트인 공간이 마음마저 가볍게 해 주는 순간이다. 산티아고 전체가 다 보인다는 말이 허풍이 아님을 알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외곽이고 그 안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데 작은 건물 하나까지 다 볼 수 있다. 높은 층도 아닌데 이렇게 막힘 없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이곳 지대가 높고, 다른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 탑을 중심으로 도로가 길게 길게 뻗어 있으며, 그 도로 하나를 눈으로 따라가 보니 빨간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꽤 길어 보였고, 그곳을 다음 행선지로 선택했다.

전망대 입구에 놓여 있는 조형물은 식민지 시절 자신들을 학대하던 지배층을 표현한 형상이다. 무섭고 끔찍했던 그 순간, 그들은 지배층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무서운 악마처럼 보였나 보다. 맞아 죽은 사람이 수두룩했던 그 당시 식민 지배자들은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무서운 형상의 조형물이 지키고 있는 문을 나서면 자유롭다고 느낄 만한 시원한 세상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망대 앞에 이 조형물을 놓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이라도 당시 상황과 감정을 알아달라고.

전망대를 내려와 기념탑을 돌면서 위에서 봤던 그 길이 이렇게 이 탑을 중심으로 외곽을 향해 뻗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말했던 ‘깨끗한 도시, 산티아고’를 느꼈던 건 길을 걸었을 때다. 다른 도시에 비해 길거리가 깨끗하고 건물도 깔끔하다. 가로수도 많아서 더 깨끗해 보인다. 전망대 위에서 보았던 빨간 다리를 건너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설명했을 때도 쉽게 알려주는 곳이다. 큰 강을 건너는 그 빨간 다리는 생각보다 넓고 길었다. 웅장한 숲을 건너는 다리 같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산티아고는 이렇게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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