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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한·중 FTA와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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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0 20:47:54 수정 : 2014-11-20 20: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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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립 가속… 개혁·개방 선택 기로
역내 경제·안보협력 강화 외교 관건
우리나라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협상 결과를 조문화해 양국 정부가 가서명을 하고 국내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이 남았지만 내년 안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중 FTA 체결은 1992년 양국 간의 국교 정상화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일이다.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양국 정부가 이러한 경제협력관계의 발전을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경제협정인 FTA를 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아니면 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다.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체결된 한·중 FTA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중 FTA가 한·미동맹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중 간의 경쟁구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체결되는 한·중 FTA는 한국을 더욱 친중국적인 국가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러한 우려도 우리는 국익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 FTA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키워주듯이 중국과의 FTA도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리고 있는 동북아, 동아시아의 미래는 모든 역내 국가들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통합의 범위를 넓히고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 대 중국의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동아시아를 평화와 협력의 지대로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한·중 FTA가 우리나라의 이러한 비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중 FTA는 한반도의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급속한 확대 발전이 이미 전통적인 북·중관계의 틀을 바꾸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은 채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다섯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심지어 북한 포기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핵 개발과 인권 유린으로 국제적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북한당국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일본인 납북자 재조사를 합의해 주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미국인 억류자를 풀어주며 미국과의 대화도 시도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최룡해 특사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과 미국이 핵 개발과 인권 유린의 현실을 눈감아줄 수 없고, 러시아는 한·러 경제협력이 용이하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중 FTA와 이로부터 촉발될 동북아·동아시아의 경제협력 추세는 북한의 고립무원 상태를 더욱 뚜렷이 부각시키고 북한의 선택지를 더욱 좁힐 것이다.

인접한 국가들이 시장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로 역내 협력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북한만 외톨이로 동떨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항에서 북한당국은 머지않아 개혁·개방을 통해 역내의 지역협력 추세에 편승하든지 아니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로 계속 빠져들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한·중 FTA와 동북아·동아시아의 역내협력 강화는 한반도의 통일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독일이 유럽공동체와 유럽안보협력기구를 통한 지역협력으로 독일 통일의 국제적 여건을 조성했듯이, 우리나라도 한·중 FTA와 역내 경제 및 안보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한·중 FTA 체결은 통일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멀리 내다보면서 우리의 목표를 추구해 나가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국외교의 큰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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