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남성의 나체사진이 급속도로 퍼졌다. 가수 비가 샤워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사진은 ‘진짜 비가 맞을까’라는 의구심 속에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빠르게 유포됐다. 비와 연인으로 알려진 김태희씨가 찍었다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서 유출됐다는 말까지 붙어 있었다. 비 측은 지난 14일 “사실무근”이라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진 최초 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20일 수사기관에 따르면 연예인이 악성 댓글·헛소문으로 피해를 봤다며 올해 수사를 의뢰한 사건은 알려진 것만 5건이다.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1일 악성 댓글 작성자를 처벌해 달라며 강남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 네티즌은 SNS에 수지를 대상으로 ‘연예계에서 추방돼라.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려라’는 등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배우 김가연은 ‘악플러’들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결혼하면서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고 있는 김가연은 지금까지 80건 이상을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신고했다.
이 밖에도 배우 송윤아와 혼성그룹 ‘트러블메이커’, 그룹 ‘에프엑스’ 설리 등이 악성 댓글과 헛소문에 시달리다 수사기관에 도움을 청했다. 설리는 정신적 충격으로 3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악성 댓글과 헛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사회 특성 때문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한국에서는 마치 연예인의 일이 내 주변의 일인 것처럼 일상생활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코멘트를 한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리는 연예인을 불로소득자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대중이 가감 없이 얘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예인들의 정신적 피해를 막으려면 국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주대 노명우 교수(사회학)는 “이혼을 했는데 왜 했느냐 등의 문제는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 전에 남들이 추측성으로 이야기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유명인이 가십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사생활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최형창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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