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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위기를 느꼈을까? 도요타 캠리, 변신의 이유

입력 : 2014-11-20 18:07:05 수정 : 2014-11-21 08: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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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회사밖에 모르던 노총각 김대리가 어느 날 화사한 옷을 입고 시계, 지갑 같은 액세서리에 신경을 쓴다면 분명, 둘 중 하나다. 연애를 시작했거나 노총각 생활에 위기를 느꼈을 것.

어느 곳 하나 군더더기 없던 도요타 캠리가 멋을 내고 등장한 것은 노총각 김대리를 연상케 한다. 세계 중형세단의 표준이라고 할 만큼 균형 잡힌 디자인에 원가절감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부품을 공유하고 품질과 성능의 균형을 맞췄던 차가 캠리다. 덕분에 실용적인 차를 좋아하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고 1983년 5만2651대 판매를 시작으로 1998년에는 42만7308대를 판매했다. 전성기인 2007년에는 47만3108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광의 시기는 빨리 끝났다. 2011년 30만8510대로 내려앉은 판매량은 7세대 신형을 출시해도 40만대 수준을 유지했을 뿐이다.

김대리도 그랬는지 모른다. 짝사랑하던 회사 여직원과 사이에 멋진 신입사원이 등장했을 가능성 말이다. 캠리는 그랬다. 미국 시장에서 캠리의 독주를 막은 차는 포드의 퓨전,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다. 18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캠리를 출시하며 개발의 주역인 나카호 토시히로 도요타 부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매력적인 차가 늘어났고 경쟁이 아주 치열해졌다. 우리도 신차를 투입해야겠다고 생각했고 3년 만에 7세대 캠리의 마이너체인지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캠리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중형 세단의 등장으로 캠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변신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에는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라는 길고 어색한 이름으로 등장했다.

도요타는 캠리를 출시하면서 ‘스마트’를 강조했다. ‘스마트 이즈 뉴 섹시’라고 했던가. 도요타는 역사상 가장 섹시한 캠리를 내놨다. 화려한 옵션이 주무기인 쏘나타와 한국에서 겨루려면 이마저도 충분해보이지는 않지만 도요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캠리는 화려하다. 보닛에는 4개의 강력한 캐릭터 라인이 들어갔고 독일차와 다르게 세로로 내리 꽂은 LED주간주행등은 룸미러로 캠리를 다시 보게 만든다. 의외로 뒷면은 평범하다. 마치 독일과 한국과 일본의 차가 컨닝페이퍼를 돌려본 듯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하기야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 사람 얼굴처럼 자동차도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니까.

노총각 김대리가 그랬을까. 소심하게 멋을 부린 캠리는 자세히 살펴봐야 변화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대시보드 재질은 기존의 통통 튀던 플라스틱에서 조금 더 부드러운 재질로 바뀌었다. 센터페이시아의 버튼은 크게 바꿨는데 내비게이션의 작은 아이콘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다. 크롬 라인을 추가해 화려함을 더했고 스티어링휠 앞의 4.2인치 멀티 인포메이션 TFT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부 바꿨다. 하이브리드의 동작 화면이나 부츠타입 변속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래픽은 더욱 직관적이 됐고 조금 더 두툼해진 스티어링휠은 손으로 전해지는 안정감에 도움을 준다.

엉덩이에서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시트는 짧다. 경쟁차에 비해 좁은 실내에 대한 해결책이다. 뒷좌석도 경쟁차에 비해 좁지만 시트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깎아내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 시트는 고정식 헤드레스트를 적용해 기능은 유지하면서 원가는 절감했다. 시트의 가죽도 승객이 타고내릴 때 빈번하게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을 구분해 덧대어 붙였다. 디자인과 구성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도요타식 제조법이 곳곳에 녹아있다.

4기통 2.5리터 엣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무단자동변속기(CVT)의 결합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고장력과 초고장력 강판을 더해 안전을 강조했고 하이브리드 기준 1600kg이던 공차중량은 1625kg으로 조금 늘어났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없기에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별도의 공인연비 인증과정 없이 기존 캠리 2.5 하이브리드의 연비 (복합 16.4, 도심 17.1, 고속도로 15.1km/l)를 그대로 유지했다.

가속을 시작하니 하이브리드의 특징이 나타난다. 제주도의 탁 트인 도로에서 엔진은 스스로 켜지고 꺼졌다. 시속 60km/h이상 달리는 상황에서도 엔진은 꺼졌다. 주행을 시작하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NVH. 진동과 소음이다. 특히 소음은 기존 7세대 캠리에 비해서 많이 개선했다. 제주도에서 시승하는 차는 풍절음 때문에 곤혹을 겪는다. 또, 좁고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 때문에도 승차감에 악평을 받는다. 하지만 캠리는 무난했다. 하체는 전작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해졌다. 과속방지턱을 넘어보니 부드러움 보다는 단단함을 추구한 흔적이 보인다. 운전석이나 뒷좌석 모두 풍절음이 들리지만 발 밑 카펫의 재질을 바꾸고 외부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 이만큼 소음을 줄인 것은 인상적이다.

타이어는 기존 캠리는 물론 렉서스ES에도 적용했던 브릿지스톤의 투란자 EL400을 사용했다. 신형 캠리에서 강조한 소음에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 타이어다. 다만 내구성이 좋아 주행거리가 많아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코너나 급제동에서도 차보다는 타이어가 조금 아쉽다. 하지만 캠리를 스포츠카처럼 타는 경우는 없을 테니 적당한 선택이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신형 캠리를 내놓으며 2.5 가솔린 기준으로 약 40만원의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약 1000달러(100만원) 가량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3390만원의 가솔린 캠리와 4300만원의 하이브리드, 그리고 4330만원의 3.5 V6 캠리까지 모두 미국서 판매하는 옵션 가운데 최고 등급을 가져왔다. 그리고 내년에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7:3의 비율로 판매하며 연간 3000대를 목표로 세웠다. 과감한 도전이다.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이 1900대 정도니 도요타가 신형 캠리에 거는 기대를 짐작하게 한다.

판매량을 높게 잡았으니 가격 할인 공세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요시다 아키시하 사장은 “도요타는 환율이나 기타 요인이 발생해도 가격은 변동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와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또, 프리미엄 자동차가 아닌 캠리는 마진이 많지 않아 할인공세를 하기도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도요타가 공언한 연간 3000대 판매는 어떻게 이뤄낼까. 품질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기가 있을까? 성실한 김대리가 갑자기 멋 부리고 나선 것처럼 캠리가 멋을 부린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멋이 30% 판매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도요타가 믿는 ‘무엇’일 수도 있다.

도요타가 캠리를 국내에 출시한다하니 바쁘게 안테나를 가동한 회사들이 있다. 쏘나타의 현대차와 알티마의 닛산, 어코드의 혼다다. 미국에서 경쟁중인 세 차종이 우리나라에서도 맞붙는다. 가격에선 쏘나타가 1000만원 가량 저렴해 월등한 경쟁력을 가졌다. 알티마는 주행성능으로 어코드는 신 모델의 매력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이 미국서 들여오는 파사트도 같은 시장을 노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중형 세단 시장에 도요타가 또 하나의 고민을 던졌다.

제주=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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