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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정상 딛고보니… 나도 풋내기였다

입력 : 2014-11-21 19:27:15 수정 : 2014-11-21 19: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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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영화감독 17인의 이야기, 이 악물고 도전하던 순간들 담아
뻔한 충고 같지만 진심 느껴져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주성철 엮음/푸른숲/1만5800원
데뷔의 순간/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주성철 엮음/푸른숲/1만5800원


누구에게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처음’은 있게 마련이다. 경험이 축적되지 못해 미숙하고, 그만큼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이 겪는 때다.

인간관계에 서툴러 눈치도 없고, 사회생활에 가장 필수인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불확실한 미래로 자신이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매순간 고민하기도 한다. 다들 그런다. 하지만 열정만은 최고조인 때가 또 그 ‘처음’이기도 하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매시간 일분일초를 진지함으로 대하는 그 시절. 그런 만큼 자신의 ‘처음’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 진지함과 열정의 원류를 알아보고 이를 이 시간에 되살리는 작업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데뷔의 순간’은 영화감독 17인의 데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인이 된 이들이 불확실한 현실을 가슴 가득한 열정만으로 헤쳐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를 더듬어가며 자신의 ‘초심’을 찾아나간다. 등장하는 감독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화려하다. ‘괴물’, ‘설국열차’의 봉준호,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타짜’, ‘도둑들’의 최동훈,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의 이준익, ‘부당거래’, ‘베를린’의 류승완뿐 아니라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화차’의 변영주, ‘말아톤’의 정윤철 등 한국 영화계의 ‘현재’를 구성하는 감독들의 첫 시작을 대면할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는 성공한 감독들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멘토로서 해주는 위로이자 충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모든 챕터의 제목은 청춘들에게 해주는 하나의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정면승부다(김경형)’, ‘당신도 주변에서 좋은 스승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한다(김대승)’, ‘챔피언은 잘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잘 맞는 사람이다(류승완)’,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라(박찬욱)’,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자’로 바꾸면 된다(방은진)’, ‘시행착오가 낭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이해영)’, ‘재능은 의지가 만드는 것이다(최동훈)’ 등의 제목만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고루한 충고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진심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젊은 시절이란 그야말로 ‘불확실’로 점철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성공의 대표자로 인식되는 사람들이지만 영화감독 지망생 시절의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 재능에 대한 확신 결여, 경제적 문제 등 젊은이들이라면 하나쯤은 겪을 만한 문제들을 모두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열정 하나만으로 이 불확실의 시대를 버텨나간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 생라면으로 소주를 기울이며 피로를 풀고, 연출부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입봉의 꿈을 키우던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고 이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의 일차적 목표인 데뷔를 이루어냈는지 알아볼 수 있다.

한국영화의 한 시대를 기록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이들이 영화감독의 꿈을 꾸고, 신인감독에서 정상급 감독으로 성장해가던 그 시기는 이제는 1000만 관객 영화를 숱하게 배출할 정도로 성장한 한국영화의 중흥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이 영화학교에서 치기 어린 단편을 만들고, 연출부 막내로 선배 감독들의 호통을 들으며 일을 배우던 에피소드들에서 이 시대 한국 영화가 어떻게 힘을 축적했고 어떻게 그 힘을 터뜨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열성팬이라면 책꽂이에 한 권 꽂아놓고 있으면 뿌듯할 듯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소속된 감독들이 쓴 책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아직까지도 열악한 영화 제작 현장의 환경 개선과 올바른 시스템 마련을 위해 현역 영화감독 100여명이 함께 뭉친 단체다. 지난해 정식으로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단체로 이들은 “혹시 대단한 조직이 된다 해도 늘 잊지 않을 것이다. 각자 이 악물고 데뷔작을 찍던 그 처음 순간을!”이라고 책머리에 밝혔다. 이미 정상에 선 감독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이 책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본 셈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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