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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상생·공존… ‘초식남 세상’을 꿈꾸다

입력 : 2014-11-21 19:26:03 수정 : 2014-11-21 19: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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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환 지음/한길사/1만9000원
식물의 인문학/박중환 지음/한길사/1만9000원


‘초식남(草食男)’이란 말이 있다. 일본에서 처음 생겨나 한국으로 유입된 이 용어는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한 남자’를 뜻한다. 호랑이 같이 용맹한 육식동물이 남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현실에서 남자와 식물은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49세의 늦은 나이에 언론사를 관두고 원예업을 시작했다. 2006년 중국 산둥성에 친환경농업을 표방한 한·중 합작회사를 세웠다. 중국 사막에서 발생한 황사 등 초미세먼지가 매년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현실이 싫어 사막 녹화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만큼 책도 개성이 넘친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에 관한 공부는 곧 인문학의 기초다. 예로부터 위대한 작가가 쓴 소설이나 여행기는 식물에 관한 언급이 아주 많다.

모험을 소재로 한 소설의 경우 식물에 대한 주인공의 해박한 지식이 복잡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는 것을 종종 본다. 훌륭한 여행기일수록 특정 장소에 서식하는 식물의 묘사가 섬세하고 치밀하다. 책은 꽃, 잎, 열매, 뿌리 네 분야로 나눠 식물에 관한 간단한 상식부터 인문학 소양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고차원적 지식까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온갖 식물이 모인 곳이 바로 숲이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은 태생적으로 서로 다투고 싸우길 되풀이하지만, 식물은 경쟁보다는 타협·상생·공존의 가치를 지향한다. 물론 식물들 간에도 더 많은 양분, 더 강렬한 햇빛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존재한다. 그런 ‘조용한’ 경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태계라는 게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책은 “전쟁과 투쟁으로 얼룩진 그동안의 인류문명사는 너무나 ‘동물적’이었다”며 “인류가 새로운 5000년 문명사를 쓰려면 식물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니 남성들이여, 이제는 ‘초식남’이 대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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