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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키운다더니…공정위마저 대기업 편들어"

입력 : 2014-11-21 20:41:26 수정 : 2014-11-21 23: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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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기 몰린 안동권 아하엠텍 대표 하소연 “강소기업 육성?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기관도 등을 돌리는데 작은 기업은 성장은커녕 버텨내기도 힘들다. 이런 식이라면 말장난에 불과한 얘기다.”

21일 공정위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근처에서 만난 안동권(사진) 아하엠텍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손에는 ‘공정위가 이미 처리한 사건과 동일한 위반사실에 대한 신고이므로 심의절차종결 처리를 했다’는 내용의 공문이 들려 있었다. 공정위가 2011년 경고·무혐의 처리한 사건에 대해 그가 지난 6월 ‘재신고서’를 접수한 것에 대한 회신이었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랜트 부품 제조·설비를 하는 이 회사는 롯데건설로부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건설공사 관련 하도급을 받아 2010년 공사를 마쳤으나 추가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충남 당진에 있는 이 회사를 방문해 사연을 듣고는 공정위에 직권조사를 지시했다. 이듬해 3월 작성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부당하도급대금 113억원, 과징금 32억원, 벌점 3점’이라는 심사관 조치의견이 담겼다.

그런데 공정위 소회의에서 몇 차례 판단 유보 결정이 내려지더니 결국 그해 9월 ‘경고·무혐의’로 끝났다.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돼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므로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안 대표는 “심사관도 전문가인데 심사보고서에 적시된 그 많은 법 위반 사항들이 모두 무시됐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가 공정위 판결 이후 3년여 만에 재신고한 것은 증거자료만 보충하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가 제출한 보충 증거자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 당시 롯데건설 측을 변호했던 로펌 변호인단의 팀장은 공정위 출신이었다. 또 당시 공정위 소위원회 심판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은 임기를 마친 뒤 그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도 근무 중이다.

안 대표는 공정위 판결 이후 149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민사소송은 보통 3년 넘게 걸리는데 이 기간 돈을 못 받고도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몇 차례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겼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도 잘 준비해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하엠텍은 겉으로 보기에는 잘나가는 수출 중심형 강소기업이다. 올해 3월 제41회 상공의 날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2000만불 수출의 탑’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올해 2월 은행관리를 신청해 현재 워크아웃 상태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00명이 넘던 수출역군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1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안 대표는 “정부가 지금 있는 강소기업도 지켜주지 않으면서 강소기업 ‘육성’을 부르짖는 것을 보면 허탈할 뿐”이라며 “망하지 않게 도와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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